[성명]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은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행위에 대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당연한 결론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대선을 준비 중인 정당에 의정갈등을 풀고 의료를 정상화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과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해 <환자기본법안>를 신속히 입법화하고 보건복지부 조직 내 환자정책국을 신설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여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은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결론이자 헌법의 존재 이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 국민에게 다시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헌법이 유린당했고,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았으며, 탄핵 찬반으로 국론까지 분열되어 대한민국은 지난 4개월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대통령 파면 결정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되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시민들의 저항과 군인들의 소극적인 대응, 국회의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과 탄핵 소추 의결,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 인용 결정은 어떠한 정부라도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헌법기관인 국회, 헌법재판소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그에 합당한 심판을 받는 전통이 확고히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작년 2024년 2월 1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내용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곧이어 2월 6일에는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반대하는 약 1만 명의 전공의가 집단사직을 하고 의료현장을 떠났다. 이러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는 1년 2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중증질환 환자는 질환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고, 중증 응급환자는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로 심각한 피해와 고통을 겪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작년 4월 25일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작년 8월 30일에는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올해 3월 19일에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까지 발표했다.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는 “필수‧지역의료에 5년간 국가재정 10조 원과 건강보험 재정 10조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전공의 수련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등 4대 우선 과제 추진계획”이 포함되었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는 “3년간 2.3조 원의 재정을 투자해 지역병원 필수기능 강화에 지원하고,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원인인 비급여를 적정 관리하고 실손보험을 개혁하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3대 구조개혁 착수 추진계획”을 포함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의료개혁 추진과 천문학적인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투입 계획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정갈등은 해소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전공의는 집단사직으로, 의대생은 집단휴학으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지난 1년 2개월을 돌아보면 의료계는 환자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정부와 싸웠고,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의 비인권적인 처사로부터 환자를 지키지 못하고 무력했다. 대한민국 환자는 지난 1년 2개월 동안 의료에 있어서는 사실상 무정부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선거를 통해 두 달 뒤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의료인력 수급추계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지난 4월 2일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관련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했다. 이제 의정갈등을 풀고 의료를 정상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1년 2개월 동안 의정갈등으로 환자의 질환이 악화하거나 생명을 잃는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는 위헌적 상황과 다름없다. 환자를 살려야 하는 의료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환자를 사지로 몰고 있다면 모두 파면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와 대선을 준비 중인 정당들에게 의정갈등을 풀고 의료를 정상화해, 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을 촉구한다.
의정갈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이러한 위헌적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환자의 생명을 의사와 정부에게만 맡길 수 없고, 환자는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의정갈등이 환자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는 의료공백 사태로 이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환자는 보건의료의 주체가 아닌 진료의 객체나 보건의료 행위의 수혜 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환자가 보건의료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환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담아 「환자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2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환자기본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날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4개월 동안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모든 이슈가 집중되어 「환자기본법안」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고, 국회에서도 한 번도 심의되지 않았다. 이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지난 4개월 동안 묻혔던 「환자기본법안」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기를 희망한다.
「환자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에는 ⑴ 환자와 환자단체의 정의, ⑵ 환자의 권리와 의무, ⑶ 환자의 날 지정, ⑷ 환자정책 기본계획 수립·시행, ⑸ 환자정책 실태조사 실시 및 결과 공표, ⑹ 환자정책영향평가 수립·시행, ⑺ 환자정책 연구사업 수행, ⑻ 환자의 건강 보호·투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을 종합·조정하고 심의·의결하기 위한 환자정책위원회 설치, ⑼ 환자정책 결정 과정에 환자 또는 환자단체의 참여 및 의견청취 보장, ⑽ 환자단체의 업무, ⑾ 환자의 건강 보호·투병 및 권익 증진과 관련 지원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환자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후재난으로 예기치 못한 재해와 끊이지 않는 사회적 참사,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우리는 누구든,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모든 아이를 위해, 그리고 점점 더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를 위해, 우리는 누가, 언제, 어떻게 환자가 되든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안전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투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발의된 「환자기본법안」 입법이 더는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에 「환자기본법안」의 신속한 입법과 대선을 준비 중인 정당들에게는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함께 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 조직 내 환자정책과, 환자안전과, 환자피해구제과 등을 포함하는 환자정책국을 신설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보건복지부 조직도에는 장애인, 노인, 아동 관련 장애인정책국, 노인정책관, 인구아동정책관이 있고, 보건의료정책실 산하에 한의학 관련 한의학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관 아래 의료기관, 간호, 약무 관련 의료기관정책과, 간호정책과, 약무정책과도 있다. 여성가족부 조직도에는 여성, 청소년 관련해 여성정책국과 청소년정책국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직도에는 소비자 관련 소비자정책국도 있다.
장애인, 여성, 소비자, 노인, 청소년, 아동과 같이 환자와 유사한 영역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간호, 약무, 한의사와 같은 보건의료인 영역까지 정부 조직이 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에, 보건복지부에서 11개 환자단체에 일대일로 국·과장급 담당관을 지정하고 고충 및 건의 사항을 수렴해 해결을 지원하는 활동을 추진했지만, 경험과 실무 인력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환자정책국을 신설하고 환자정책과, 환자안전과, 환자피해구제과 등과 같은 환자의 투병 및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추진과 제도 개선을 위한 조직 체계를 갖추어야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단체연합회는 대선을 준비 중인 정당들의 공약에 환자정책국 신설을 포함할 것으로 요구한다.
윤석열 전직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기로 다가왔으나, 헌법기관인 국회와 헌법재판소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이 이를 극복한 것처럼, 의정 갈등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처한 위헌적 의료공백 위기 상황도 헌법기관인 국회와 두 달 뒤 선거를 통해 들어설 새 정부에 의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와 대선을 준비 중인 정당들에게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한 「환자기본법안」 입법화와 보건복지부 조직 내 환자정책국 신설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호소한다.
2025년 4월 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