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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으로 산 것 … 가전제품과 영양제

2026-09-29 21:53 | 입력 : 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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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이 활동지원 등 돌봄 서비스 급여의 일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 장애인 개인예산제 ’ 가 실제로는 영양제와 생활가전을 사는 창구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비스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제도가 정작 돌봄 시간을 깎아 물건을 사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개인예산제는 활동지원 ·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 방과후활동 · 발달재활서비스 4 개 바우처 급여의 최대 20% 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 본인이 세운 이용계획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제도다 . 이용계획은 시군구가 적절성을 판단해 합의하며 ,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면 보건복지부 · 한국장애인개발원 · 전문가로 구성된 상급지원위원회가 심의한다 . 2024 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올해 3 차년도 (33 개 시군구 , 7 월 기준 917 명 ) 를 맞았고 , 2027 년 이후 본사업 전환이 준비되고 있다 .

 장애계는 공약 발표 당시부터 “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한 미봉책이 아닌 획기적 예산 확대를 통한 서비스 총량 확보가 먼저 ” 라고 반박해왔고 , 최근 2 년간 국정감사에서도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 그러나 마땅한 개선방안 없이 본사업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 보건복지위원회 , 비례대표 ) 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 년 지출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 ‘ 기타 건강지원 제품 ’(1 억 2,740 만원 ) 의 89.5%(1 억 1,406 만원 ) 가 유산균 · 비타민 · 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쓰였다 . ‘ 일상생활 용품 지원 ’(1 억 4,859 만원 ) 은 기저귀 등 위생용품 35.8%, 단백질음료 · 죽 등 유동식 23.0% 에 이어 믹서기 · 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이 22.8% 였고 , ‘ 주거지원 물품 ’(9,469 만원 ) 은 84.5%(7,996 만원 ) 가 제습기 · 공기청정기 · 에어컨 등 생활가전 구입에 쓰였다 . 세 항목에서만 3 억 7,068 만원이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 · 가전제품 구매에 지출됐고 , 1 회 100 만원 이상 지출도 주거지원 물품의 32.5%( 최대 370 만 2 천원 ), 일상생활 용품 지원의 14.4%( 최대 429 만원 ) 에 달했다 .

 반복 구매도 확인됐다 . 2025 년 건강기능식품을 3 회 이상 구매한 참여자는 94 명이었고 , 누적 금액이 가장 큰 1 명은 7 회에 걸쳐 536 만원을 썼다 . 올해도 7 월까지 81 명이 3 회 이상 구매했다 . 가전제품을 반복 구매한 참여자는 2025 년 23 명으로 , 최다 지출자는 냉장고 · 정수기 · 로봇청소기 · 공기청정기 · 세탁기를 사는 데 680 만원을 썼다

 복지부는 사업안내를 통해 가구 · 노트북 등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 그러나 2026 년 상급지원위원회 결정 62 건 중 ‘ 불가 ’ 는 1 건 (1.6%) 뿐이었고 , 나머지는 ‘ 합의 ’ 6 건 ,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 조건부 합의 ’ 55 건이었다 . 가전제품이 포함된 안건 22 건 (35.5%) 도 모두 조건부 합의로 처리됐다 .

 서미화 의원실이 상급지원위원회 심의 이용계획서 46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 항목별 배정액 1 억 4,964 만원의 43.4%(6,499 만원 ) 가 김치냉장고 · 세탁기 등 가전 (1,671 만원 ), 노트북 · 태블릿 등 전자기기 (1,265 만원 ), 운동기구 · 차량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이었다 . 치료 · 강습 · 돌봄 등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5.4% 에 그쳤다 . 6 건은 6 개월 전환액 전부를 물품에 배정했고 , 그중 1 건은 559 만 8 천원 전액을 슬로프를 설치한 중고 자동차 구입에 배정했다 .

 문제는 사회보장급여가 상품 구매의 재원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시장 구매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 개인예산의 기준이 되는 급여액은 서비스지원종합조사 같은 판정 절차에 따라 사람마다 차등 책정된다 . 이 판정은 원래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돌봄의 양을 정하기 위한 것이지 ,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 그런데 개인예산제를 거치면 급여가 큰 사람일수록 재화 구매에 쓸 수 있는 예산도 커진다 . 필요에 따라 차등 책정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옮겨가는 구조인 셈이다 .

 앞서 복지부는 개인예산제가 기존 공급체계에서 공급되지 않던 물품 · 서비스의 개별 구매를 가능하게 한 ‘ 수요 맞춤형 제도 ’ 라고 자평한 바 있다 . 그러나 그 ‘ 수요 ’ 의 상당 부분이 생필품 · 가전제품이었다는 점은 ,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초적인 권리와 선택적 재화 구매의 자유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비춘다 .

 서미화 의원은 “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서비스에서의 주도성 강화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한다 ” 면서도 , “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부적절하다 ” 고 지적했다 .

 이어서 “ 나아가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 ” 며 , “ 개인예산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 별도의 재정을 마련하여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 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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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명 |2024.11.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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