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재태, 이하 NECA)은 대한의학유전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7월 22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신생아 유전 선별검사의 합리적 기준을 논하다」를 주제로 2026년 제1차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원탁회의는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전으로 신생아 시기부터 유전질환을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와 관리로 연계할 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적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의학적 유용성과 윤리적·법적·사회적 쟁점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적용 기준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이범희 교수는 국내 신생아 선별검사의 현황과 민간에서 시행되는 유전자검사의 문제점을 소개했다.
일부 민간검사의 경우 검사 대상 질환의 선정과 결과 해석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사후관리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생아 유전 선별검사의 대상 질환은 유전자와 질환 간 연관성, 질환의 중증도, 소아기 발병 여부, 치료 가능성 및 조기 개입에 따른 이익 등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확인된 경우에는 확인검사와 전문 의료기관 연계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김한나 교수는 신생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윤리적·법적·사회적 쟁점과 제도화 방향을 발표했다.
의사, 간호사 및 유전상담사 등 전문가 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신생아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결과 반환에 대한 법적 책임, 검사 비용과 지역 간 접근성, 전문인력 및 상담 인프라 부족, 유전정보를 이유로 한 사회적 차별 가능성 등이 주요 우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모와 예비부모 18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신생아 유전 선별검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이 확인됐다. 반면 검사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로는 심리적 부담이 46.5%로 가장 높았으며, 낮은 임상적 효용성 18.3%, 경제적 부담 12.7%, 가족 내 갈등 우려 11.3% 등이 뒤를 이었다.
부모가 검사의 목적과 한계, 결과가 자녀와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검사 전후 교육과 유전상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아동이 성장해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이후에는 본인의 유전정보 보관과 활용 여부를 다시 결정할 수 있는 절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은 박재영 청년의사 편집주간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기창석 GC지놈 대표, 김나경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류현미 분당차병원 교수, 박경선 경희대학교병원 교수, 최인희 울산대학교 교수, 박미현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관이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검사 대상 질환의 선정 기준 ▲임상적 의미가 불확실한 변이와 이차적 발견의 결과 반환 범위 ▲검사기관의 분석·해석 품질관리 ▲부모 동의와 아동의 권리 ▲검사 전후 유전상담 ▲유전체 데이터의 장기 보관과 활용 ▲유전정보 유출 및 보험·고용상 차별 방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선별검사 결과가 질환의 확진을 의미하지 않는 만큼 확인검사와 전문 의료기관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며, 부모가 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검사 전후의 유전상담 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강한 신생아 전체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검사를 즉시 확대하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조기 발견과 치료의 이익이 명확한 질환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유전 선별검사는 기존의 국가 신생아선별검사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 검사로 확인하기 어려운 희귀 유전질환의 조기 발견 가능성을 연구하고 합리적인 적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보완적 접근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재태 원장은 “신생아 유전 선별검사는 질환의 위험을 조기에 확인해 필요한 치료와 관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능성을 가진다”며 “유전정보가 아이와 가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검사기술의 발전과 함께 충분한 설명과 상담, 정보보호 및 사회적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ECA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신생아와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적용 기준과 정책 방향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