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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간호사가 대통령께 편지

이재명 대통령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속에서 공공병원의 부재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만들어내는지 몸소 경험하고 똑똑히 보아왔습니다. 그때 우리 사회는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시설로 버텨야 했습니다. 공공병원에 감염병 대응 인력이 필요하다고 거리로 나가 외쳤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참혹했습니다. 그때 저는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제대로 된 공공의료와 그 중심이 될 국립대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 절박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정책 어디에서도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공공의료 강화 방안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실망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님께서 공공의료 강화와 국립대병원 육성을 국정과제에 담아주신 것을 보고, 저와 동료들은 오랜만에 큰 희망을 품었습니다. “이제는 달라질 수 있겠다.”는 기대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공공의료의 책임을 다할 준비도, 선도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자리에서도 서울대병원장은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다수의 교수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서울대병원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의료인을 양성해야 하므로 교육부에 남아야 한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국립대병원의 본질적 책무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교육과 연구만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습니다. 국립대병원은 단순히 의사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공공의료의 최전선에서 환자의 생명과 지역의료를 책임져야 할 병원입니다.


그 사이 노동조합이 정부를 찾아다니고, 국립대병원 직원들의 서명을 모으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내왔지만, 아직도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환자의 고통을 마주하고, 국립대병원은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저는 매일 환자 곁에서 그 고통을 마주합니다.

의료비와 간병비 부담에 눈물짓는 가족, 의료 인력 부족으로 수술과 입원을 거절당하고 끝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환자들…. 이 현실 앞에서 간호사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며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노동조합과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고, 파업이라는 어려운 선택 앞에 서겠다고. 의사들의 집단 진료 거부로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은 것을 알기에 또다시 ‘파업’이라는 단어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까 두렵고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나서는 이유는 다릅니다.


서울대학교병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상종구조전환으로 감축된 공공병상 187병상 확대와 어린이·청소년 환자 무상의료 실현 등 의료공공성 요구, 공공의료를 위한 인력충원과 노동조건 개선, 저임금 해결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국립대병원, 국민의 든든한 희망이 되는 국립대병원이 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저와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립대병원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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