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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의 전문질환 지정 반드시 필요'


전체 심장혈관 질환의 치료 향상을 위해서는 심부전의 전문질환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보건정책에서는 상급의료기관(대학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특히 2024년 연말에 시작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에서는 입원 환자 중 중증질환자의 비율을 7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일반질환군·전문질환군 분류는 질병 자체의

중증도에 기반하지 않고, 단순히 청구건수가 일반의원에서 많으면 일반질환군, 상급병원에서 많으면 전문질환군으로 분류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그 결과, 당뇨병은 일반(경증) 질환으로 분류되는 반면 이보다 임상적으로 덜 중증인 대사증후군은 전문질환군으로 분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심장혈관 질환 분야에서 이러한 불합리한 분류로 인해 가장 큰 문제를 겪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심부전증이다. 심부전은 정의 자체가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으로, 심장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 심부전 입원 환자의 병원 내 사망률은 약 6%에 달하며, 특히 80세 이상 노인의 경우 80세 미만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2배 높다. 이를 환산하면, 심부전 환자가 입원한 뒤 퇴원하지 못하고 사망할 확률은 15% 이상으로 매우 위중하다.


더 큰 문제는 치료의 전문성이다. 심부전의 약제 치료는 다약제 병용, 환자 특성별 맞춤 전략, 신기능 및 혈압 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많은 상급병원에서조차 권고된 표준 치료 이행률은 50% 내외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치료 공백은 환자와 가족이 심부전의 중대성을 인식하면서도 지역 일차기관에서 상급의료기관으로 의료기관을 전전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치료의 연속성이 유지되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 임상연구에서는 중증 심부전 환자의 2년 사망률이 10% 미만으로까지 개선된 반면, 우리나라 현실은 여전히 심각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환자의 6개월 내 사망·재입원률이 36%에 달하여, 국제적 치료 성과와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괴리는 심부전 환자 관리에 있어 전문진료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구조적 문제와도 깊이 연관된다.


아울러, 환자-의사 관계가 불신과 분쟁으로 약화된 현 상황은 의료진이 적극적이고 과감한 치료를 시행하기 어렵게 만든다. “의사가 무슨 약을 처방했는데 혈압이 낮아져 환자가 잘못되었다”는 식의 불필요한 분규를 피하기 위해, 실제로 최선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회피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심부전학회는 수년 전부터 심부전을 전문질환군으로 지정해야 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심부전의 임상적 위중성, 치료 전문성의 요구, 낮은 표준 치료 이행률, 높은 사망·재입원률 등을 고려할 때, 심부전의 전문질환군 지정은 단순한 행정적 조정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한 필수적 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팩트시트 2025」 발간


대한심부전학회는 오는 2025년 9월 11일, 국내 심부전 환자의 역학 및 치료 현황을 종합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5”를 발간한다. 이번 팩트시트는 2021년 첫 발간 이후 세 번째로 발표되는 자료로, 국내 심부전 관리 및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심부전 유병률·발생률 지속 증가


전국민의 의료이용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국민보험공단 맞춤형 자료를 이용하여, 2002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심부전 환자 50%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3년 기준 환자 수는 총 175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남성 환자: 87만 3,862명
•여성 환자: 87만 6,366명

심부전 발생률 역시 2003년 인구 10만 명당 481명에서 2023년 753명으로 1.56배 증가했다.


사망률 20년 새 6배 이상 증가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은 2002년 인구 10만 명당 3.1명에서 2023년 19.6명으로 약 6.3배 증가했다. 이는 심부전이 단순한 만성질환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심각한 보건 문제임을 보여준다.


동반질환·입원률 증가, 생존률은 여전히 낮아


심부전 환자에서 당뇨병, 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심방세동, 만성신장질환 등의 동반질환 비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입원률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치료 성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환자의 생존률은 다소 향상되었으나, 여전히 5년 생존률 79%, 10년 생존률 66%에 불과하다.


대한심부전학회 메시지


대한심부전학회는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로 접어들면서 심부전 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치료 성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은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고, 증가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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