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국회에 대해 「환자보호 3법」(환자기본법안,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환자피해 의무조사 관련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과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을 즉시 입법화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의료공백과 관련해 국민과 환자에게 사과하고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갈등 해소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의 신속한 추진을 요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7일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1년 반 동안 사직상태에 있던 전공의의 복귀 지원 방안과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전공의 모집은 각 병원별, 과목별, 연차별 결원범위에서 모집하되, 사직 전공의가 사직 전 근무하던 병원, 과목 및 연차로 복귀하는 경우 사직 전공의 채용은 각 수련병원에서 자율로 결정하고, 이로 인해 정원 초과가 발생하는 경우 절차에 따라 사후정원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의무사관후보생으로서 사직상태에 있는 전공의가 하반기 모집을 통해 수련에 복귀하는 경우, 관계 부처와 협의하여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의 복귀 조건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조건 없는 복귀를 주장해 왔던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입장에서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수련협의체」에서 아직 전문의 시험 추가 실시나 수련 기간 단축과 같은 명백한 특혜성 조치는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현재의 정부 기조를 고려라면 언제든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오늘 11일부터 수련병원별 전공의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원서 접수는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며, 이들 중 일부가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수련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사후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선복귀·후협상’이 아닌 ‘선약속·후복귀’라는 특혜성 조치를 함으로써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정책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전공의들은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수련병원을 떠나는 집단행동을 했었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 사태를 겪은 환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의사의 집단행동에 의한 의료공백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통념에 반하고,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특혜성 조치로 전공의 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세 번째 전공의 집단행동에 의한 의료공백 사태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신설 정책 관련해 의사나 전공의의 집단행동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회에 이미 발의된 ‘환자기본법 제정안’,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환자 피해 조사 의무화 관련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일명, 「환자보호 3법」)은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유지 의료행위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은 아직 발의되지도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공백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부터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전공의 복귀 논의는 의료공백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전공의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공백으로 더 이상 환자들이 고통과 피해를 당하지 않을 사회적 신뢰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월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장기간의 의료공백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얼마나 의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환자 권리를 위한 법적 체계·정부 조직·지원 인프라가 얼마나 부재한 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속에서 환자는 의정갈등과 그로 인한 의료공백이 발생할 때마다 외면당하고, 하찮은 존재처럼 취급당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⑴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 ⑵ 보건복지부 내 환자정책과·환자안전과·환자피해구제과 등을 포함하는 ‘환자정책국’신설 ⑶‘환자통합지원센터’ 설립을 국정과제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으며, 국정과제 반영과 입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8월 7일,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삼성서울병원 지역환자안전센터를 방문해 환자·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1년 반 동안 지속된 의정갈등으로 많은 불안과 불편을 겪은 국민과 환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국민과 환자에게 사과했다. 이어 “환자의 안전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하게 진료받을 권리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8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한성존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의료공백 사태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고, 8월 7일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환자·소비자단체 관계자를 초대해 의료공백 관련해 국민과 환자에게 사과한 것은 갈등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신뢰 회복이란 환자 안전과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정부와 국회는 전공의 복귀라는 단기 해법에 머물지 말고, 「환자보호 3법」과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을 조속히 입법화해 다시는 환자의 생명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5년 8월 11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