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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복부 수술의 75% 담당하는 대장항문외과 붕괴 초읽기”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김형록·화순전남대병원, 이사장 강성범·분당서울대병원)가 9월 5일 오후 3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2024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필수의료 최전선 대장항문외과 방어 전략' 이라는 슬로건 하에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진행하는 <2024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필수의료에서 대장항문외과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대장항문외과가 지속 가능하도록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 모색하였다.

심포지엄은 총 2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의 좌장은 김형록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과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이 맡았으며, 응급수술에서 대장항문외과의 중요성 및 응급수술 수가개선 방향을 논의하였다.

▲양승윤 연세의대 교수 (대학병원 응급수술 현황):

 
2023년에 총 18개 병원에서 전신 마취 하에 응습수술을 받은 총 33,644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보고되는 최초의 대규모 연구이다. 외과 응급 상황으로 간주되는 급성 복증 수술의 75%를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시행하였다. 급성 복증은 복강내 장기의 염증, 천공, 폐색, 경색, 파열에 의한 복통을 수반하는 질환으로 8시간 이내에 수술이 시행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외과적 응급 상황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수술 후에 환자의 40% 이상이 중증도가 높아서 중환자실 관리가 필요했으며, 대부분 응급 상황이어서 80% 이상 환자가 자정을 넘겨 야간에 긴급하게 수술이 시행되었다.  

가장 많은 응급수술을 담당하고 노동강도와 중증도가 높은 대장항문외과로 지원하는 외과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조성우 차의과대학교 교수 (임금상승률을 반영한 충수절제술 원가 분석 및 수가 제안):

대한민국에서 야간 응급수술의 절반 가량이 충수염(일반인들은 맹장염으로 알고 있음)의 치료인 충수절제술이다.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과소평가 될 수 있으나, 시기를 놓치면 복막염으로 사망한다. 급성충수염은 진행정도에 따라 중증도가 천차만별인데, 수술 후 수일 내 회복되는 단순충수염에서부터 천공 및 복강/골반내 농양 그리고 복강 내로 대변이 퍼져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한 상태까지 다양한 진행 정도를 갖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중증도와 합병증 발생 등에 따라 수술 후 보상체계 또한 차별화되어야 한다.

급성충수염의 다양한 중증도에 따른 원가비용과 의료기관 수입을 비교하여 적정수가를 제안하였다. 단순충수염의 경우, 병원에서 투입한 약제 재료비 행위료를 포함한 원가에 비해 포괄수가제 (DRG) 체계에서 127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80만원 적자였다. 천공충수염의 경우,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43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49만원 적자였다. 충수주위농양이 발생한 경우, 포괄수가제 체계에서 38만원 적자였고, 신포괄수가제 체계에서는 60만원 적자였다. 

이번 연구는 간접비에 포함된 청소/전산/유지보수팀의 인건비와 대지비, 건물사용비, 수도세, 전기세, 폐기물처리비 등은 반영하지 못하고, 복강경수가 중 복강경 장비를 10만 회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하여 투입원가를 최소화 했음에도 드러난 사실이다. 이 결과는 2016년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에서 종별 원가보전율 상급종합병원 84.2%, 의원급 62.2%, 최근 김윤 의원이 제공한 과별 원가보전율이 외과84.4%, 산부인과 61%이 사실과 다르지 않음을 보였다.  

사회가 노령화 되어 감에 따라, 노인 충수염이 증가하고, 기저질환을 갖는 충수염 수술이 많아지고 있는데, 포괄수가제는 치료 비용의 추가 투입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이어 패널 토론에서는 ▲양승윤 연세의대 교수, 조성우 차의과대학교 교수,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 심평원 공공수가정책실 김지영 실장, 심평원 포괄수가실 신은숙 실장, 민태원 국민일보 기자,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가 참여해 대장항문외과 응급수술의 수가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 방안에 대해 각계 대표 참가자로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어 2부는 양성항문질환 및 대장암 수술의 열악한 수가를 주제로 좌장은 강성범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과 남우정 대한대장항문외과 정책연구단장 필수의료 TFT 위원장이 맡았으며, 대장항문외과 정규수술의 적정보상을 중심으로 양성항문질환, 복부수술, 고난도 수술에 대해 논의하였다. 

▲최동현 한사랑병원 원장 (양성항문질환 수가 제안):

치핵, 치열, 치루로 대표되는 양성항문질환은, 특히 치핵수술은 한해 15만건 이상 시행되는 다빈도 수술 3위수술로서 대장항문외과 개원가의 토대가 된다. 대장항문외과 개원가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으면 젊은 의사들이 대장항문외과를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성항문질환에 대한 적정보상은 중요하다. 

2013년에 적용된 포괄수가제 7개 질병군에서 외과는 다빈도 질환인 충수염, 서혜부탈장, 항문질환군이 포함되며, 수가는 처음부터 낮게 책정된 상대가치를 토대로 하였고, 동일한 환산지수가 적용되어 해가 지날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져서 항문질환수술에 대한 원가보전율은 최근 80%로 보고되었다 (박은철, 2022년). 우리나라 포괄수가제는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 없이 비용통제의 수단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다. 이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개업하여 시행하는 수술의 대부분이 포괄수가제에 의해 통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 대장항문외과 지원이 급감한 이유이다. 

포괄수가제는 수술 난이도나 전문경력에 대한 고려도 없으며, 위험도 반영도 미미하다. 기술발전, 숙련도에 따른 수술시간단축이 수술행위 총업무량 감소로 파악되어 점수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순이 있다. 또한, 최근의 급격한 인건비 상승, 물가상승, 금융비용 상승과 같이 의료행위 원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질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도 부족하다.

 
국가별 치핵절제에 따른 수가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미국의10분의 1, 의료사회주의 체계를 갖고 있는 영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의료시스템이나 1인당 GDP가 비슷한 일본과 단순비교하여도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원형봉합기를 이용한 치핵절제술을 시행했을 때, 순수재료비 총합은 548,805원, 행위료 총합은 907,873원으로 계산되었다. 결국 원형봉합기를 이용한 치핵절제술 원가는 순수재료대(548,805원)+행위료 (907,873원)으로 추정되는데, 수입총액은 1,622,730원으로 남는 166,007원이 수익이지만, 이것으로는 포함되지 않은 원가 수술실관리, 소독, 기타 소모품 구입비, 기타 인력(행정, 원무, 심사, 관리 등)의 인건비, 금융비용 등을 해결할 수 없었다.

▲김태형 연세의대 교수 (복부 수술 정책 가산 제안):

현재 대장항문외과에서 시행하는 직장암 결장암 등에 대한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 수술을 포함한 미세침습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 MIS)로 시행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악성종양 환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런 현실에서 복강경수술 수가는 복강경치료재료수가의 인상과 복강경수술수가의 신설로 최근 소폭의 인상을 보였으나 아직도 원가대비 턱없이 낮은 수가를 보이고 있어 복강경 수술수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악성종양에서 시행되는 림프절절제술은 대장항문외과의 경우 복부내 원발부위에서 인접하지 않은 복부대동맥주위 림프절전이/측방골반내림프절전이에 대한 적절한 수가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활발히 해당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는 외과의사는 수가도 못받으면서 수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수술행위가 워낙 저평가되어 있어 우리나라와 1인당 GDP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하여 약1/4정도의 수가로 낮다.

▲박지원 서울의대 교수 (고난도 수술 수가 제안):

진행성 대장암이나 재발성 직장암 등의 고난도 수술은 의료진의 높은 기술력과 10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 시간과 다양한 전문의들과의 협업이 요구되는 복잡한 절차로, 수술의 성공 여부는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고난도 수술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낮은 수가로 병원은 재발성 암을 수술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고, 수술하는 교수는 오히려 다른 의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수술의 난이도 합병증 가능성, 수술 후 관리의 필요성, 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고려한 차별화된 수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수가체계의 개편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기관 간의 협력은 필수적이며, 수가 개편 과정에서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난도 수술은 수술자의 피로도가 극대화되며, 수술자가 최선을 다하여도 환자가 가지는 기저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의사과실이 없어도 법적 소송에 휘말리고, 형사처벌을 받는 판결이 생기면서 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후 패널 토론은 ▲최동현 한사랑병원 원장, 김태형 연세의대 교수, 박지원 서울의대 교수, 정성훈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 심평원 공공수가정책실 김지영 실장, 심평원 포괄수가실 신은숙 실장, 민태원 국민일보 기자,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가 함께 진행하였다.

김형록 대한대장항문학회 회장은 “대장항문 외과는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이기 때문에 비급여항목이 거의 없고, 수술과 관련된 기구 및 소모품들의 사용과 가격이 정부에 의해 모두 통제되고 있다. 대장항문외과의 방어전략은 어쩌면 도미노처럼 무너져가는 전체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고자 하는 최후의 몸부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성범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대장항문외과는 복부응급수술의 75%를 차지하고, 대부분 야간응급수술을 할 만큼 외과의사 피로도가 높고 삶의 질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적 소송에까지 휘말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가 되고자 지원하는 의사들이 아예 없어 향후 존폐가 걱정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는 응급실을 돌볼 의사의 피로와 급격한 감소가 문제이나, 향후에는 장이 터져서 오는 환자를 치료할 외과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들이 법정소송을 신경 쓰지 않고, 환자의 치료결과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의 상황인식과 대책을 촉구했다.(보도자료 출처 : 대한대장항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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