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인상’ 뒤에 숨겨진 ‘사기와 기만’
올해도 원칙 무시한 2025년도 기준중위소득 결정
오늘(7월25일(목)) 열린 “제73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내년(2025년)도 기준중위소득 증가율을 6.42%로 결정했다.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최근 3개년도 가계금융복지조사상 중위소득 평균증가율을 기본인상률로 정하게 되어 있다. 더불어 2020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2021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결정할 당시, 국가 공식 통계자료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됨에 따라서 발생한 격차 12.49%를 6년에 걸쳐 해소하기로 결정, 2026년도 기준중위소득까지 한시적으로 추가 인상분이 더해진 값이 최종인상률이 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산출한 기본증가율은 7.81%다. 여기에 추가 인상분을 더한 값으로 결정되었어야 최소한 원칙을 지킨 결정이 된다.
하지만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결정한 최종인상률은 산출된 기본증가율에도 못 치는 6.42%다. 올해 역시 제멋대로 고무줄 산식에 의한 기준중위소득 결정이 반복된 것이다. 정부의 “역대 최대 인상” 뒤에는 원칙조차 지키지 않는 “반복된 사기와 기만”이 숨겨져 있다.
2022년도 126만원의 소득이 있는 1인 가구는 국가 통계자료 상의 빈곤층이지만,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한 2025년 기준중위소득에 의하면 빈곤층이 아니게 된다. 기준중위소득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빈곤층의 삶과 연결되어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격차를 줄이긴 커녕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결정은 고물가 고유가 등으로 인해 소득 하위 가구의 적자가 극심함에도 복지제도 바깥으로 밀려나는 사각지대를 손 놓고 보고만 있겠다는 폭거이자 최저 생활 보장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결정이다.
정부가 산출값보다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결정한 이유는 ‘세수 부족’이다. 무엇 때문에 수세가 부족한가?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에서 향후 5년간 18.6조원 이상의 감세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며 발생한 책임을 빈곤층에게 떠넘기는 결정을 하며 “역대 최대 인상”이라 자화자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규탄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 없음, 의료급여 개악
올해에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은 없다.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기준을 기존 1억, 9억에서 1.3억, 12억으로 상향 조정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경계에 있던 이들이 수급권을 보장받게 되겠지만 그 경계는 허물어지지 않는다. 폐지 아닌 완화로는 사각지대를 없앨 수 없다. 부양의무자기준은 단순히 소득과 재산의 정도만이 아니라 기준이 존재함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2020년 방배동 김씨 등과 같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신청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언제까지 가족을 이유로 한 기본권 박탈을 방치할 셈인가.
이번 발표에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체계(1종 외래, 2종의원급 외래, 약국)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그동안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해 의료급여 진료비 지출을 억제해왔고, 그 결과 최근 5년간(’18∼’22) 연평균 의료급여 총진료비(7.3%)는 건강보험(7.2%)과 유사한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별다른 근거 없이, 건강보험과의 1인당 진료비와 외래 일수의 단순 비교만을 들어 비용의식을 제고 하겠다며 또다시 칼을 꺼내든 것이다. 25,000원 이하 구간에서 현행 정액제를 유지하겠다고 하는 건 이 금액 이하에서 정률제가 본인 부담이 더 적기 때문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증상이 심한 외래이용의 경우 진료비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명백한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급여 보장성과 경제적 접근성을 약화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최근 복지부는 장기입원 환자에 대한 재가 의료급여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외래진료 받으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외래에 대해 본인부담금을 높이겠다니,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갈지자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재정안정만을 위해 빈곤층의 건강 불평등을 확대시킬, 명백한 의료급여 제도 개악이다.
‘약자 복지’ 운운하며 빈곤과 불평등 방치하는 결정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규탄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기준중위소득 인상 등을 통해 7만 1천 명이 신규 수급 자격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사각지대(기준중위소득 40%이하 66만 명)의 10%에 불과하다. 낮은 기준중위소득과 빈곤의 사슬인 부양의무자기준의 유지, 의료급여 개악으로 인한 위기는 온전히 빈곤층의 삶에 침투하고, 한국사회 불평등을 강화할 것이다. 이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폐쇄적인 운영과 독단적인 결정을 다시 한번 규탄하며,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과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권리 실현을 위해 나설 것이다.
2024년 7월 25일
기초법공동행동/3대적폐폐지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