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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괄 사직처리와 하반기 전공의모집에 즈음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입장문

전공의 일괄 사직처리와 하반기 전공의모집에 즈음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입장문

 

정부는 전공의를 사직케 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는 조금이라도 보건의료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필수의료를 짊어지고 갈 이 땅의 젊은 의료인들은 좌절과 절망으로 사직할 수 밖에 없었고, 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7가지로 요약한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정부는 이들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하기는커녕 병원에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도록 명령하고 언론을 통해 이들의 행위를 왜곡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정당한 요구는 압제적인 공권력에도 흐트러짐 없이 지속되었고, 정부는 떠밀려 6월에 사직서 수리명령을 철회하는데 이르렀다. 철회로 정부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의 근거 없는 행위는 2월 이후 의료현장의 초토화와 국민 건강 위협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이제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 역시 온전히 정책 입안자들에게 되돌아오게 되었다.

 

정부는 여전히 문제 해결에 이르는 길을 벗어나 있다.

  정부가 택해야 할 바른길은 하루라도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넘기고 과오를 가리려는 간계만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는 의료인이 아니라 의료기관, 전공의들이 수련 받는 병원을 그 도구와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이 달라졌다.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 시점을 사직서를 제출한 2월이 아닌 6월 이후로 하도록 한 것은 전공의의 사직에 관련하여 법률적, 고용상의 부담과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려는 것이다. 전공의의 의지를 병원이 무시하도록 강요하고, 혹시라도 사제의 정으로 2월 사직으로 처리하면 이 사태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병원에 넘어가도록 획책한 것이다. 이는 병원을 통해 교수와 전공의 사이의 의를 끊게 하고, 병원과 교수와 전공의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 결과를 고려하지도 않은 채 수련병원들에게 전공의 사직을 처리하고 하반기 모집정원을 신청하지 않으면 내년의 전공의 정원(티오)을 없애서 전공의가 내년 3월에도 돌아올 자리조차 빼앗아가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전공의의 안전한 복귀와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병원과 교수의 선의를 악용한 나쁜 예로 남을 것이다.

  정부는 복귀할 의사가 있지만 눈치가 보여 복귀 못하는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대규모 채용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형병원에 신입사원 공채처럼 지원하라는 것은 끈질기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는 전공의를 가르고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더 끔직한 것은 정부가 놓은 덫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라는 그릇된 인생관을 몸소 학습하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하반기 전공의모집에 관한 입장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는 일괄 사직 처리되었다.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하였지만 우리 교수들은 이 자리는 우리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

  139년, 세브란스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현대 의학과 함께 했다. 그 속에서 이 땅에 처음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 1914년부터 세브란스 수련제도에도 세브란스의 학풍과 역사가 형성되고 전수되어 왔다. 만에 하나 정부의 폭압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병원이 사직 처리된 우리 전공의들의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다. 우리 연세의대 교수들은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에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

  세브란스 전공의가 사직하였더라도, 세브란스는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그들을 지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우리 전공의들은 이미 모든 교직원과 함께 세브란스이기에 우리의 노력과 지지는 세브란스의 수련과 학풍을 지키기 위한 우리에게 주어진 옳은 길이다.

 

정부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처음부터 재고하여 신뢰를 회복하라.

  병원은 그동안 해온 정부의 기상천외한 폭압적 대책을 목도했기에 정부의 부당하고 무모한 요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였다. 우리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그 과정에서 전공의와 병원, 교수 모두가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고 모든 구성원들의 관계가 견고히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이제 정부가 병원으로 넘긴 재정적, 법적 책임과 국민과 환자의 건강 상 피해의 책임, 국가의료붕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꼼수와 헛된 수작을 부리지 말고 국민 건강과 우리나라의 의료를 위해서 모든 것을 되돌리는 책임 있고 용기 있는 선택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그 분위기 속에서 전공의 및 학생과 직접 대화에 나서 젊은 그들을 복귀시켜라.

 
2024년 7월 22일(월)
각자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는, 환자와 당사자를 보호하는 책무를 가진
강한 역사의
연세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 및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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