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이사장 김민선)는 국제학술대회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첫날인 9월 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특별 정책세션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리얼월드(Real World) 연구를 기반으로 성인 비만의 질병·경제적 부담의 실태를 살펴보고, 정책적 과제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비만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며, 200가지 이상의 합병증과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건강위협”이라며, “비만 정책의 부재는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의료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만큼, 대한비만학회는 학술적 근거를 축적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비만이 질병으로 인정받고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현재 국내 비만 관련 정책이 성인 비만 환자들의 고통과 의료적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올해 3월 대표발의한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해 법안이 실제 제정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성인 비만, 체중 이상의 문제… 높은 질병 부담과 미충족 치료 수요 확인
첫 번째 발표에 나선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이청우 교수(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는 '국가 빅데이터 및 환자 설문으로 살펴본 한국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을 통해 국내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 현황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약 35만 명)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BMI(체질량지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 환자군이 존재하며, 이들이 비비만(no obesity)군에 비해 고혈압(3.6배), 대사이상(2.7배), 간질환(26배), 근골격계(2.6배) 등에서 현저히 높은 질병 부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체중 및 비만 환자를 포함한 국내 성인(5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비만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 삶의 질 저하, 업무∙일상활동 손상, 수면장애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중 감량을 시도한 조사 대상자는 79.9%였으나, 실제 효과를 체감한 대상자는 제한적이었으며(‘매우 효과적’ 응답자 8.5%), 3단계비만 환자 10명 중 7명은 항비만약물 치료 경험이 없었다. 이 교수는 “두 연구의 공통적인 결론은 성인 비만은 체중계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임상적 징후와 기능적 부담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치료 필요성이 높은 임상적 비만 환자를 위한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성인 비만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 적극적 중재가 해법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김원석 교수(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한국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과 중재의 잠재적 효과'를 주제로 국내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의 중간 분석 결과, 성인 비만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정상체중보다 79~17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결근∙생산성 저하와 조기 사망에 따른 손실까지 포함하면, 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23.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 이는 중간 분석 결과로 최종 결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데이터에서 확인된 비용이 추가로 포함될 예정이다.
이어 해당 연구는 적극적인 치료 중재가 이루어질 경우 비만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이 7~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만 관리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사회적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성인 비만을 방치할 경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활동의 핵심 인구인 청년∙중년 비만 환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중재는 미래의 의료비 부담과 생산성 손실을 줄이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지원보다 규제에 집중된 정부 비만 정책, 국가 차원의 성인 비만 관리체계 마련 시급
마지막 발표에 나선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준혁 교수(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는 ‘근거에서 정책으로: 정책 사각지대의 한국 성인 비만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국내 성인 비만 정책의 현주소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비만 치료에 대한 공정한 접근성 확보를 촉구한 가운데, 주요 선진국들은 약물 치료를 포함한 다학제 비만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만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중대한 국가적 보건 과제임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만이 ‘법정 비급여 대상’으로서 지원보다 규제 중심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적정 사용과 건강형평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합 진료 경로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건강보험 지원 방안을 포함한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비만법의 제정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 환자단체·청년단체·언론도 한 목소리로 성인 비만 문제 해결 촉구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김종화 교수(부천세종병원 내분비내과)와 남가은 교수(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가 좌장을 맡아, 성인 비만 환자를 위한 정책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비만 당사자를 위한 권익 및 인식 개선을 위한 단체인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이사장은 “실제 현장에서 비만 치료는 체중 감량과 함께 여러 건강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체중계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체중 변화와 건강 개선을 반영한 급여 기준 및 치료 성과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청년재단의 이도경 사무총장은 “19~29세 비만율은 33.5%, 30~39세는 37.9%로 청년과 젊은 성인층에서도 비만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원인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는 “성인 비만에 대한 통합적 관리가 가능해진 지금이야말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할 적기”라며, “정부가 수립 중인 새로운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에 성인 비만 관리 지원 방안을 포함하는 정책적 고려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정혜원 사무관은 이날 발표된 성인 비만의 질병∙경제적 부담 연구 결과와 정책 제언에 공감하며, 질병관리청에서도 보건복지부와 함께 국내 성인 비만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