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맥학회(회장 박제훈, 이사장 김상동)는 하지정맥류 수술 후 입원치료를 둘러싼 환자·의료기관·보험회사 간 혼선과 분쟁을 줄이고 객관적인 적정진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하지정맥류 수술 입원 적정성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은 대한정맥학회 내부의 관련 위원회 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마련됐으며,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입원의학회 등 하지정맥류 수술 및 입원치료와 관련된 유관학회와 협의를 거쳤다.
하지정맥류 수술은 기능을 상실한 정맥을 열·기계적·화학적 방법 등을 이용해 폐쇄하거나 제거하는 혈관외과적 치료다. 최근 레이저, 고주파, 의료용 접착제, 기계화학적 폐쇄술 등 최소침습 치료가 크게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수술 시간이 짧아지고 환자의 회복도 빨라졌다.
하지만 최소침습적 치료라고 해서 수술 직후 환자에 대한 의학적 관찰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술 후에는 마취 또는 진정에서 충분히 회복됐는지, 활력징후가 안정적인지, 정상적인 보행과 운동기능이 회복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수술부위 출혈이나 혈종, 통증, 심부정맥혈전증 등 수술 관련 합병증과 경화제·접착제 및 각종 약물에 의한 이상반응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하는 회복 및 경과관찰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수술 직후 즉시 귀가시키는 것은 환자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반면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비교적 경증인 환자까지 일률적으로 입원치료를 시행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결국 하지정맥류 수술에서 입원이 필요한지는 단순히 수술명이나 특정 치료법만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정맥질환의 중증도, 수술 범위와 방법, 마취 위험도, 수술 후 회복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 실손보험은 가입 시기와 상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입원과 통원치료의 보장 범위 및 한도가 달라 특히 비급여 치료에서는 ‘입원 여부’가 보험금 지급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일부 환자와 의료기관은 입원을 선호하는 반면 보험회사는 입원의 필요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입원 적정성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 왔다.
대한정맥학회는 이번 권고안에서 이러한 양측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학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비교적 경증이고 위험요인이 낮은 환자는 원칙적으로 입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고령 환자, 수술 및 마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신질환이나 마취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 일정 수준 이상의 정맥질환, 정맥절제술이나 발거술이 동반되는 경우, 합병증이 동반된 재발 수술 등에서는 입원치료의 적정성을 인정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또 수술 중·후 심각한 약물 또는 마취 부작용, 지속적인 출혈이나 혈종, 심부정맥혈전증, 보행 장애, 지속적인 오심·구토, 요폐, 조절되지 않는 통증 등으로 즉시 귀가가 어려워진 경우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입원치료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학회는 객관적인 진료기록과 임상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환자의 입원 적정성을 판단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김상동 대한정맥학회 이사장(혈관외과 전문의)은 “이번 권고안이 하지정맥류 입원치료를 둘러싼 환자와 의료기관, 보험업계의 불필요한 혼란과 분쟁을 줄이는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동시에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입원을 줄이고 일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해서도 의료계 스스로 자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안전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정진료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의사와 전문학회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처음 마련된 권고안인 만큼 실제 의료현장의 의견과 치료기술 및 의료환경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환자와 의료계, 보험업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