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명: 뉴스홈 > 독자의 뉴스와 의견 > 독자 의견 기사 제목:

[논평] 세계 최상위 의약품 소비국의 통합돌봄, 약물 관리는 아직 제도 밖에 있다

2026-07-29 22:57 | 입력 : 강동진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X 공유
  • 카카오톡 공유
  • 링크 복사

보건복지부가 7월 23일 공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6」에 따르면, 2024년 국민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1,041.2달러(구매력평가 기준)로 OECD 평균(708.5달러)의 약 1.5배,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았다.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7.9회로 OECD 평균의 2.7배에 이르러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 장기요양 수급자 비율 또한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 통계들이 던지는 물음은 하나로 모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을 복용하는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그 많은 약은 과연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가.

위험은 이미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노인은 여러 의료기관의 처방이 겹치면서 다제약물 복용 위험에 노출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다섯 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입원 위험이 18%, 사망 위험이 25% 높다. 장기요양 수급자의 상당수는 낙상과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중추신경계용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다. 중복 처방과 약물 상호작용, 복약 누락에서 비롯되는 위해는 상당 부분 예방 가능한 위해이며, 복용 약물 전체를 점검하고 불필요한 약을 정리하며 부작용 징후를 조기에 확인하는 개입의 효과는 공단의 다제약물 관리사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일곱, 여덟 가지 약을 복용하면서도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약국을 찾기 어려운 이들은 정작 이러한 관리에서 배제되어 있다. 고령 인구가 많고 보건의료 자원은 부족한 농어촌과 도서·벽지에서 이 공백은 더욱 크다.

그럼에도 최근의 정부 정책은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편중되어 있다. 정부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과 판매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의 제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발표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에서도 의료 취약지의 의약품 대책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확대와 도서·벽지 비대면진료 시 약 배송 허용에 그쳤다. 새로 도입될 '한국형 주치의 모델'은 여러 직종이 참여하는 팀 기반의 포괄적 건강관리를 표방하지만, 그 구상 안에 약물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는 없다. 공단의 다제약물 관리사업 역시 대상과 기간이 제한된 개별 사업에 머물러 있어, 포괄적 관리를 표방하는 통합돌봄의 틀 안에 약물관리는 아직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의약품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사정은 정책이 마땅히 살펴야 할 현실이다. 그러나 의약품 배송으로 해결되는 것은 약이 현관 앞에 도착하는 일까지다. 그 약이 복용 중인 다른 약과 겹치지 않는지,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 거른 약과 남은 약은 없는지, 몸에 이상 반응은 없는지를 살피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사용의 안전이 뒤따르지 않는 접근성의 확대는 미완의 대책이다.

이 공백을 메울 자원과 법적 근거는 이미 존재한다. 전국 2만 5천여 개의 지역약국은 어느 동네에나 자리한 일차보건의료의 접점이며, 주민의 복약 이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올해 3월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은 약국과 가정, 사회복지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복약지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대해야 할 보건의료 서비스의 하나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하위법령에는 이 서비스의 내용과 제공 방식에 관한 규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의약품 판매 장소를 약국 내로 정해 둔 약사법의 규정은 의약품이 약사의 관리 아래 안전하게 취급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집에서 처방약을 전달하고 대면으로 복약을 살피는 새로운 돌봄의 수요까지는 미처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즉 돌봄통합지원법이 명시한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법개정과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합돌봄이 지향하는 것은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며, 이는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정부는 통합돌봄의 보건의료 서비스 안에 약물 관리를 실질적으로 연계하고, 복용 약물의 점검과 상담, 처방 조정의 연계, 대면 복약지도와 지속적인 복약 관리가 지역사회의 다학제 돌봄 안에서 작동하도록 제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의약품 접근을 얼마나 쉽게 할 것인가를 넘어, 수많은 약이 실제 복용 과정에서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세계 최상위의 의약품 소비국이 된 지금 정부가 답해야 할 물음이다.

2026년 7월 2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Copyrights ⓒ 헬스앤마켓리포터스 & www.h-mone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더보기 강동진
댓글 :0
댓글 등록
0/400
  • 작성자명 |2024.11.14 10:30
    이곳은 댓글 작성한 내용이 나오는 자리 입니다.
1 2 3 4 5

상호 : health&market reporters l 연락처 : 010-7979-2413 l e-메일 : djkangdj@hanmail.net
발행인: 강동진 l 등록번호: 서울, 다10470 l 등록 일자: 7월 13일
Copyrightⓒ 2012 Health & Market All re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