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코리아(대표 로드리고 피자로)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홍현익)가 후원하고,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회장 임형신)이 주관하는 ‘제25회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에 위치한 호텔 나루 엠갤러리 마포에서 진행됐다.
올해 학술진흥상에는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질병 표적 (Undruggable target)’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의약화학자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이경 교수가 선정됐다.
신진 여성과학자에게 주어지는 펠로십 부문에는 ▲강지승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조교수 ▲정혜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조교수 ▲김진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생명 및 생명공학 박사후연구원 ▲이지영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교수가 선정됐다.
학술진흥상 수상자인 동국대학교 약학대학장 이경 교수는 이른 바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던 질병 표적 (Undruggable target)’ 단백질을 공격하는 대신 그 단백질의 상호작용 파트너를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전략을 정립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췌장암·폐암·대장암의 주요 원인이면서 오랫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KRAS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했으며, 암의 생존 환경인 저산소 암 환경의 핵심인자 HIF-1α에 대해 화학생물학적 접근을 통한 상위 조절 인자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프로테아좀(proteasome)의 새로운 조절 부위를 항암 표적으로 발굴함으로써 기존 항암제의 최대 난제였던 내성 문제를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국가신약개발사업단 투자심의 위원, 대한약학회 약품화학분과학회 회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아 한국 신약개발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지승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는 의료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를 접목해 질병의 원인과 건강 위험 요인을 연구한다. 임신 중 오피오이도 계열 진통제 사용이 자녀의 ADHD∙자폐스펙트럼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으며, 최근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인 역량을 인정받았다.
정혜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췌담도암 분야의 임상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보조 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항암제 투여 방식을 주사에서 알약으로 대체하는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등 환자 맞춤형 치료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뇌신경 과학 분야의 김진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박사는 AI 기술과 실험적 접근을 결합해 뇌가 어떻게 행동을 선택하는지 그 신경 원리를 밝혀냈다. 그는 배고픔과 공격성 등 상반된 욕구가 충돌할 때 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규명하며 세계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지영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친환경 배터리 기술을 연구한다. 그는 희귀 금속 의존도를 낮춘 유기 소재 배터리를 설계하고, 폐배터리에서 전극 소재를 재생하는 친환경 공정 기술로 미국 특허를 출원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시상식 중에는 ‘AI와 데이터의 시대: 여성 과학자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패널 토의가 이어졌다. 패널로는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성효진 교수, 한양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노미나 교수, 동국대학교 첨단융합대학 김지희 교수, 미국 버지니아텍 전기컴퓨터공학부 신숙 교수가 참석했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과학 연구 현장을 어떻게 혁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과 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로레알코리아 로드리고 피자로 대표는 "지난 25년간 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함께 걸어온 여정은 대한민국 과학계에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시간이었다”며, “이 뜻깊은 25주년을 기점으로, 앞으로도 로레알은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과학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로레알코리아는 국내 여성과학계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2년부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과 함께 국내 우수 여성과학자를 선정 및 시상해 오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은 지금까지 총 110명(중복 수상자 포함)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우수 여성인력의 과학기술계 진출을 독려하고 전도유망한 젊은 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등 여성과학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998년 출범한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의 경우 매년 5개 대륙을 대표하는 우수한 여성 과학자 5명을 선정해 수여하고 있으며, 역대 수상자 중 7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여성과학자 중에서는 1998년 유명희 박사, 2008년 김빛내리 교수가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