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유지현, 이하 연합회)는 지난 16일,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의 불합리한 소득·재산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고충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고충민원은 현행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희귀질환임에도 일부 질환만 우대하는 차별적인 지원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4대 질환 이외의 실제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특히 ▲ 4대 질환과 다른 희귀질환 간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소득·재산 기준 ▲ 실질적인 부양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희귀질환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은 혈우병, 고쉐병, 파브리병, 뮤코다당증 등 이른바 4대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그 외 질환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다른 1,400여 개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회는 이러한 기준이 2001년 제도 도입 당시 고려된 치료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결과이며, 현재는 다발성경화증, 가족성 저인산혈증, 유전성 혈관부종 등 다양한 희귀질환에서도 고가 치료제가 지속적으로 개발 및 급여화되고 있어 특정 질환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현행 재산 기준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에서 규정한 서울 지역 일반 희귀질환 4인 가구의 재산 기준은 약 4억 8천만원 수준인 반면,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이미 이를 크게 넘어서는 상황이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대출부담과 막대한 치료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회가 제출한 고충민원서에는 실거주 자가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의료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환자들의 사례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번 고충민원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이다. 현행제도는 환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부모나 자녀 등의 소득·재산 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가족으로부터 치료비 지원을 받고 있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전혀 없는 환자들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연합회는 이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고 있고, 정부 역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신속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번 고충민원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 4대 질환과 다른 희귀질환 간 차별적 소득·재산 기준 폐지 ▲ 모든 희귀질환에 동일한 환자가구 기준 적용 ▲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재산 기준의 즉각 폐지를 요청했다.
연합회 유지현 회장은 “희귀질환은 질환명이 다를 뿐 환자들이 겪는 의료비 부담과 치료의 절박함은 다르지 않다. 25년 전 만들어진 제도가 오늘날의 치료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잃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특정 질환만을 우대하는 제도가 아니라, 모든 희귀질환자가 동등하게 치료받고 지원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로 갈 수 있는 개선 의견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