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약가제도는 제약사가 아닌 환자와 국민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 - 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의 밀실 추진을 중단하고, 환자·국민과 함께 논의하라


      이재명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된 이후 지난 11일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다시 개편안이 상정되어 논의되었다고 한다. 일부 개편 내용이 변동되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사후평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은 얼마인지 여전히 은폐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첫 보고 이후 시민사회와 가입자 단체의 지속적인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구체적인 내용을 철저히 숨긴 채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밀실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가격 제도를 몇몇 관료와 다국적 제약사의 담합으로 결정하는 작태를 규탄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신속등재·선등재후평가 제도의 선행조건은 강력한 사후 평가 및 약가통제를 비롯한 관리 방안 마련이다.


      개편안에 포함된 신속등재 및 선등재후평가 제도는 식약처 허가만으로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었다고 판단하고, 제약사의 독점적 가격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약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후 약가통제 수단으로는 기존 경제성 평가를 고도화하는 방식 대신 실현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AI 기반 실치료 효과 평가모델'을 제시하고, ICER 값도 상향하는 방향을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자유가격제로의 전환 선언에 가깝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가 최신 신약에 요구하는 연간 치료비용은 기본 1억 원을 넘는다.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감당하더라도 상당한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며, 공단의 재원 역시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에서 나온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신약 접근이 아니라 감당가능한 가격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제약사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받아주는 약가제도가 되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에 작동가능한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하고, 이를 공론장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


      둘째, 불필요한 이중약가제 확대를 철회하라.


      정부는 '약가유연계약제'라는 이름으로 이중약가제(비밀약가제)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의약품 가격 투명성이 환자 접근을 방해한다는 논리이나, 실제로 비밀약가계약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후 신약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비밀약가는 한국의 낮은 가격을 숨김으로써 해외 국가들이 더 비싸게 약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낳으며, 결과적으로 제약사의 독점적 이윤을 보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한국은 이미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입증된 치료제에 대해 비밀약가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이중약가제 확대의 실제 내용은 대체가능한 약이 있는 신약,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특허만료 오리지널까지 비밀약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미 있는 혁신 신약에 주어졌던 혜택을 무력화하고, 2개의 약가를 관리해야 하는 건강보험공단의 행정비용을 유발하며, 시민사회의 약가협상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다. 비밀약가제 확대는 환자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약사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셋째, 제네릭 약가는 제약산업 육성의 도구가 아닌 환자의 약제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작동해야 한다.


      제네릭의약품 제도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치료효과를 가지면서도 훨씬 저렴하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한국에서 제네릭은 20여 년간 국내 제약기업 육성 정책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그 결과 400개가 넘는 제약기업과 2만 품목 이상이 등재되어 있음에도, 제네릭 약가는 여전히 비싸고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혁신형제약기업이거나 신약 R&D 투자가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제네릭 약가 우대를 제공하되, 우대 폭은 50% 이상, 우대 기간은 기존 1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혁신형제약기업 약가우대 정책이 시행된 지 이미 13년이 지났다. 건약은 이 정책이 국내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목적 달성에 실패했음을 이미 평가한 바 있으며, 이제는 정책을 철회할 때라고 밝혀왔다. 건강보험료와 환자 본인부담금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넷째, 의약품 안정공급은 약가우대가 아닌 공급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달성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은 필수의약품 및 퇴장방지의약품에 대한 약가우대를 제시하고 있으나, 공급중단 사유의 절반 이상은 채산성 문제가 아니라 GMP 및 생산 설비 문제, 원료 수급, 생산 일정, 유통망 문제에서 비롯된다. 공급 불안정의 원인이 다양한데도 정부는 매번 약가 인상으로만 해결책을 찾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해열진통제 등에 약가우대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수급 불안정이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지역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단순한 수가 인상이 아닌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인력 배치의 공적 개입을 통해 해결의 방향을 찾은 것처럼, 의약품 공급안정 문제도 같은 원리로 접근해야 한다. 수입 원료의 다변화, 생산시설 고도화를 포함하여 의약품 생산과 공급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약가우대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약가제도는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제도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시민사회와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밀실에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건약은 이번주 수요일(18일)과 다음주 수요일(25일) ‘이재명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하고 왜 약가제도가 환자와 국민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고 제약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약가제도 개편 과정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환자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2025년 3월 1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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