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국회부의장과 (사)여성리더네트워크(공동대표 지영림, 하정미)는 3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2026 미래여성경제포럼 ‘2030 청년 여성의 경제적 도약과 보편적 건강권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공동주최자인 이수진, 권향엽 국회의원을 비롯해 인구보건복지협회 김경선 회장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진경 상임위원도 축사자로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인구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기존 정책의 틀을 넘어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 전체를 지원하는 새로운 인구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과 건강을 각각의 개별 정책 과제가 아닌 여성의 삶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상호 연계된 과제로 바라보고 정책적 해법을 집중 논의했다.
최근 핵심 경제 인구인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는 가운데, 여성 인력의 양적 변화를 넘어 경제활동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주목했다. 이러한 활동의 기반이 되는 건강을 생애 전반에 걸친 보편적 권리로 바라보고, 여성이 건강과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사회적 과제는 무엇인지 집중 논의했다.
이날 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이 연자로 나서 각각 ‘젊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일가〮정양립 문제: M-커브 구조의 재편’, ‘생애주기 전반에서의 여성 보편적 건강권 보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숙명여자대학교 권순원 교수를 좌장으로 보건복지부 김현숙 인구아동정책관, 성평등가족부 김민아 고용평등정책관, 이투데이 김지영 인구정책전문기자, 노무법인 마로 대표 박정연 공인노무사 등이 참여해 여성의 경제활동 지속과 생애주기별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부와 기업, 사회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1) 30대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M-커브’ 변화 이면 구조적 과제 살펴야
첫 번째 발제에서 최슬기 교수는 최근 여성 경제활동의 참여 확대와 함께 전통적인 M-커브 양상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M-커브의 완화를 곧 일가〮정 양립 문제의 해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초중반(30~34세) 여성 고용률은 7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20대 중후반(25~29세) 여성을 역전했다.1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여 확대에 따라 경제활동 참여율이 정점에 이르는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면서 M-커브의 위치도 함께 이동해 왔다. 2020년대 들어서는 오랫동안 유지돼 온 M-커브 현상이 완화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변화와 사회문화적 인식 개선의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극단적으로 낮아진 출산율로 일과 가정의 두 역할을 병행하는 사례 자체가 줄어들면서 역할 충돌을 경험하는 사람의 비중이 감소한 영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 8,400명에서 2025년 25만 4,300명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도 1.24명에서 0.80명으로 낮아졌다.2
최 교수는 일터와 가정은 각자의 목표와 서로 다른 문법을 가진 영역으로, 역할 중첩에 따른 충돌이 일정 부분 지속되는 만큼 이를 병행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역할 충돌이 여성만의 문제로 남아서는 해결이 어렵다며, 남녀 모두가 육아와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높은 밀도로 장시간 일하고 불규칙한 일정에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와 높은 돌봄 요구가 함께 존재할 경우 한 사람은 고강도 일자리를, 다른 한 사람은 유연한 일자리를 맡게 되면서 성별 분업과 성별 소득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고, 엄마와 아빠 모두 육아휴직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장을 확대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임신·출산 중심 여성 건강 정책 넘어 생애주기 전반의 ‘보편적 건강권’으로
두 번째 발제에서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여성건강 정책을 기존의 ‘모성 건강보호’ 중심에서 자기결정권과 노동 지속까지 보장하는 ‘보편적 건강권’으로 접근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건강권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노동 지속과 소득 유지, 경력 축적, 대표성까지 연결되는 사회적 의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청년 여성의 삶은 결혼과 출산 이외에도 교육과 일, 사회관계, 건강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월경·피임·가임력 등 건강 문제는 교육과 경제활동의 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여성건강 정책은 기혼 여성과 임신·출산에 집중돼 정책 대상과 건강 의제가 제한적이고, 생애주기별 정책의 연속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신·출산을 위한 건강’을 넘어 ‘활기찬 삶과 노동을 위한 건강’으로 정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여성의 건강권 보장이 지속적인 경제활동과 인구위기 및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 79%, 여성 63%로 16%p의 격차가 있으며, 이를 해소할 경우 1인당 연평균 GDP 성장률이 0.24%p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3 또한 세계경제포럼(WEF)과 맥킨지헬스연구소는 여성 건강 격차를 줄이면 2040년까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조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4 여성 건강에 대한 투자가 개인의 삶의 질을 넘어 노동력 확보와 국가 성장 전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김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문제로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이 단절되지 않도록 생애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는 ▲생애주기 기반 여성건강권 보장, ▲예방 중심 건강 투자와 실질적 선택권 보장, ▲여성건강과 지속 가능한 노동 경로의 연결을 제시했다.
첫째, 생애주기 전반의 여성건강권 보장이다. 청소년기에는 건강 지식과 자기결정 역량을 높이고, 청년기에는 월경질환, 성재생산 건강, 가임력, 정신건강 등에 대한 정보와 의료 접근성을 높여 건강과 생애 계획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출산기에는 난임과 유산·사산, 산후 회복과 일터 복귀까지 지원하고, 중장년기에는 완경과 만성질환 등 건강 변화를 고려해 노동시장 이탈을 예방하고, 생애 단계별 건강 수요를 포괄하는 지원의 필요성을 짚었다. 아울러 혼인·출산 여부나 연령, 고용 형태 등에 관계없이 필요한 건강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사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 건강 투자로 전환이다. 건강 이슈를 조기에 발견해 상담과 진료로 연계하고, 여성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뒤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생애주기별 관점에서 건강 정책과 여성의 지속가능한 노동 경로를 연계하는 것이다. 건강 지원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유지·복귀·지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장 내 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터에서도 유연근무, 휴가 및 지원, 차별 방지 등을 확대하고, 여성건강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안전한 노동과 지속 고용을 위한 조직의 책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국회부의장은 “미래 생산인구의 핵심 동력으로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변화이지만, 여성들이 생애 전반에 걸쳐 경력을 이어가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제는 결혼과 출산 여부를 중심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모든 여성이 자신의 삶과 건강, 경력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영림 (사)여성리더네트워크 대표는 “여성이 미래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건강하게 일하며 자신의 경력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여성의 일과 건강을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닌 하나의 연속된 ‘라이프-커브’로 바라보고, 청년기부터 중장년기까지 여성 인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