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지원과 보호 법안은 ‘일사천리’, 환자 구제와 보호 법안은 ‘함흥차사’
▸국회, 전공의 처우 개선·응급의료종사자 보호 등 의료계 요구 법안 잇따라 의결
▸반면 의료공백 피해 구제·재발 방지 위한 ‘환자보호 3법’은 상임위 문턱도 못 넘어
▸환자단체연합회, 국회 앞 1인 시위 91일째, 국회에 ‘환자보호 3법’ 즉각 처리 강력 촉구
어제(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지역의사를 선발·양성·지원해 지역 필수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비대면진료 허용 근거 신설과 남용 방지책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두 법안은 의료계 반발로 입법이 난항을 겪어왔으나, 1년 7개월간 이어진 최장기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겪으며 비대면 의료 접근권 보장 요구와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할 지역의사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이 두 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하며, 정부에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을 충분히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본회의에서는 의사·치과의사가 마약류 의약품(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또는 직접 조제하는 경우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약품 정보를 의무적 확인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에 대한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면제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는 「관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 또한 환영할 일이다.
아울러 전공의의 연속수련 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등 전공의 근무 여건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과, 응급의료종사자 폭행·협박 시 보호조치를 의무화하고,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며, 적용 장소를 ‘응급실’에서 ‘응급의료를 실시하는 응급실 외 장소’로 확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 두 법안은 전공의와 응급의료종사자의 강한 요구를 반영한 입법이다.
그러나 정작 의정갈등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를 위한 법안은 전무(全無)했다. 의료공백 사태의 재발을 막고,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적 장치는 이번 본회의 안건에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계 요구 법안들이 급물살을 타며 처리된 것과 달리, 환자들의 절규가 담긴 법안들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인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답보(踏步) 상태에 머물러 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소속 10개 환자단체는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지난 7월 2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오고 있으며, 오늘로 91일째다. 이 시위는 국회에 발의된 「의료공백 재발방지 및 피해구제를 위한 환자보호 3법(환자기본법안·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보호 3법’은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공백으로 생명을 위협받았던 환자들이 내놓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법안이다.
❶ 환자의 투병과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환자기본법안(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❷ 입증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담하고, 의료대란피해보상위원회를 통해 손실을 보상해 주는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❸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진료과 관련 의료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수진 의원 대표발의)]
지난 1년 7개월간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와 국민은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 적기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거나 질환이 악화한 암·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도 있었다.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으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은 사실상 표류했고, 정부의 특혜성 조치로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미 복귀한 상태다. 그러나 환자들이 요구하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 구제’와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화’ 입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는 입법 부작위이자 형평성 상실이다.
특히 작년 12월 3일 발의된 [환자기본법안]이 1년째 계류 중인 현실은 개탄스럽다. 지난 의정갈등 과정에서 국민과 환자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환자 중심’이 아닌 ‘의사 중심’이라는 현실을 뻐저리게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투병과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체계가 거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를 투병과 권리 증진에 있어서 객체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환자기본법 제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1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국회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의 목소리를 국회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환자기본법 제정안에는 환자의 목소리와 요구가 담겨 있으며, 이 법안의 신속한 통과는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환자들은 지난 1년 7개월 동안의 의료공백 사태를 통해 보건의료 환경이 환자 중심적이지 않을 때 어떤 고통과 피해를 초래하는지 직접 경험했다. 환자기본법 제정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기본법’ 발의 1주년을 맞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국회는 의료계 달래기식 입법에만 속도를 낼 것이 아니라, 고통받고 피해 입은 환자들을 위한 [환자기본법]·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과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을 포함한 ‘환자보호 3법’ 처리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의료공백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했던 피해 환자들과 의료인 집단행동으로 언제 반복될지 모르는 미래의 의료공백의 불안으로 떨고 있는 환자들을 외면하는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다. 정부 역시 국회의 입법 과정에 책임 있는 자세로 협조해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5년 12월 3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