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렇게 힘든데, 사이비 진보들은 투기에 고리대금에 청탁에 돈을 쉬게 벌고 있는 것을 보노라니 속이 뒤집이어진다. 이 사회가 뒤집어져야하나 내속이 먼저 뒤집어지는 것이다.
하 이생망이다.
간병비가 비싼데, 왜 간병인은 가난한가
KTX와 SRT의 통합 논의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경쟁이 좋은가, 독점이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경쟁보다 규모의 경제가 훨씬 큰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돌봄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언론에서는 연일 간병비가 너무 비싸다며 ‘간병대란’과 ‘간병비 폭탄’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간병비가 그렇게 비싸다면 간병인들은 모두 돈을 잘 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산후도우미, 재가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보면 오히려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용자는 막대한 돈을 부담하는데, 정작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
왜 그럴까?
나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를 ‘규모의 비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간병인 한 사람이 한 명의 환자를 장시간 전담한다고 생각해보자. 환자 한 명이 사용하는 노동시간을 사실상 한 가정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간병인은 한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돌봄이 종료되면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비는 시간이 발생한다. 이동시간도 있고, 일자리가 끊기는 위험도 있다. 이런 비용은 모두 서비스 가격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고스란히 간병인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전문성의 축적과 효율적인 노동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과 한 박스를 사면 낱개로 사는 것보다 싸다. 여러 사람이 필요한 사과를 공동으로 구매해 나누어 가지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규모의 이익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돌봄은 왜 안 되는가?
예를 들어 여러 가정이 일정한 시간대의 돌봄 서비스를 공동으로 이용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조직적으로 연결해준다면 어떨까.
물론 환자 한 명을 종일 돌보는 1 대 1 간병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든 돌봄이 반드시 1 대 1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 준비, 청소, 이동 보조, 말벗, 생활지원처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일정한 공간에서 여러 이용자를 돌보는 방식도 있고, 시간대를 쪼개 여러 가정이 전문 인력을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핵심은 돌봄 노동을 ‘개별 가정이 알아서 사람 한 명을 고용하는 방식’에만 맡겨두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여기에 있다.
간병인을 직접 공무원처럼 고용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돌봄 수요를 모아주고, 돌봄 노동자를 조직화하며, 여러 이용자가 서비스를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과 제도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그러면 이용자는 지금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돌봄 노동자는 일감이 끊기는 시간을 줄이면서 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여러 돌봄 노동자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교육과 훈련도 가능해진다. 개인이 혼자 일하면서 전문적인 실천기술을 익히기 어려운 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간병비가 비싸다’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소비자는 비싼 돈을 내는데 돌봄 노동자는 가난한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돌봄시장의 중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비효율을 줄이고, 수요와 공급을 규모 있게 조직한다면 이용자가 내는 돈의 상당 부분을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돌릴 여지도 생긴다.
돌봄 노동자에게 “내 가족을 잘 돌봐달라”고 요구하면서 그 노동의 대가는 싸게 매기려는 것은 모순이다.
사랑하는 부모와 가족을 정성껏 돌봐주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먹고살 만한 대가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간병비 문제의 해법을 단순히 ‘간병비를 낮추자’에서 찾는다면 결국 누군가의 임금을 깎게 된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돌봄 자체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개별 가정이 각자 사람 한 명을 사는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한 돌봄을 함께 구매하고, 돌봄 노동자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
사과 한 박스를 공동구매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질문해볼 때가 됐다.
“돌봄도 공동구매할 수 없는가?”
나는 정부가 바로 이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병비를 낮추면서 동시에 간병인의 소득을 높이는 것.
언뜻 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돌봄시장에 적용한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