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를 흔히 진보정부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을 하나씩 살펴보면 오히려 자본의 가치를 키우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진보의 핵심 가치는 노동과 생산을 중시하고, 자산으로 인한 불평등을 완화하며, 경제적 기회를 보다 넓게 분배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정책의 중심도 생산과 소비, 그리고 실수요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책을 보면 강조점이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째, 부동산 대출 규제이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대출을 강하게 규제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기세력뿐 아니라 생애 첫 주택 구입자나 일반 실수요자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가격 상승의 혜택을 계속 누리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 진입할 기회 자체를 잃는다.
결국 대출 규제는 자산가격을 방어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자산을 갖지 못한 계층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다.
정부는 증시 부양을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한다. 물론 건강한 자본시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주가 상승 자체가 경제 발전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식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공장이 더 많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노동자의 생산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더 큰 자본이득을 얻고, 자산이 없는 사람은 상승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즉, 자본의 가격 상승은 자산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책의 중심이 생산보다 자산시장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경제의 본질은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다. 기업은 생산을 늘리고, 노동자는 소득을 얻으며, 소비가 증가하고, 다시 생산이 확대되는 구조가 건강한 경제이다.
반면 부동산 가격과 주식가격을 높이는 정책은 자산 가치의 상승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생산과 소비가 함께 성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보라면 노동의 가치와 생산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산시장의 가치 상승을 정책의 핵심으로 삼는다면, 이는 전통적인 진보경제관보다는 자본시장 중심의 경제관에 더 가까운 모습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정치를 단순히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책이 노동을 중심에 두는지, 자본을 중심에 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당의 이름보다 정책의 방향이 그 정부의 성격을 말해준다. 자본의 가치 상승이 정책의 핵심이라면, 스스로를 진보라고 부르더라도 그 정책은 자본 중심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