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는 정부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추진에 반대하고, 국회에 환자 피해구제와 의료공백 재발 방지 입법을 촉구한다.
(1) 교육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 발표의 문제점
교육부는 지난 3월 7일 의대 학장들과 의대가 설치된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해 3월 말까지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정원인 3,058명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3월 말까지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하지 않으면 모집인원을 원래대로 2,000명 증원된 5,058명으로 확정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도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교육부의 조건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원 동결 발표가 정부의 의사인력 증원 정책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어 심히 우려스럽다. 정부가 의사인력 증원과 의료개혁으로 붕괴하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약속해 환자는 지난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에도 지금까지 버티며 견뎌왔고, 정부가 의료개혁에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세금을 투입하는 것에도 반대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 기간인 2024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총 3조 5,424억,원(일반회계와 예비비 3,810억 원, 지자체 재난관리기금 1,712억 원, 비상진료체계 운영지원 1조 5,058억 원, 건강보험 수련병원 선지급 1조 4,844억 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을 투입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작년 8월 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만 매년 3조 3,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일차의료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재정은 환자와 국민의 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런 상황에 의사인력 증원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부의 행보가 당혹스럽고 실망스럽다.
환자와 국민은 ‘0명과 2000명’이라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한치 양보없는 숫자 싸움으로 지난 1년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입어왔고, 의료개혁이라는 명분하에 천문학적인 건강보험료와 세금까지 부담했다. 증원된 의대정원 만큼의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선택하도록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그 고통과 그 피해를 참았고, 재정 부담도 감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만에 의사인력 증원 정책을 사실상 중단하는 정부의 발표를 보며 우리 환자와 국민은 무력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정부는 아무런 잘못 없는 환자와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피해를 보아도 되는 그런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의료개혁을 이유로 건강보험료와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그런 만만한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정부의 특혜성 조치의 문제점
작년 2월 19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해 전공의 약 1만 명이 집단사직을 했다. 이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질환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까지 발생했다. 특히, 암이나 희귀난치성질환으로 투병 중인 중증질환 환자들과 응급 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보았다. 다급해진 보건복지부는 의료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혜성 조치를 계속해서 발표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공의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는 지난 1년 동안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매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매번 한 발 물러나거나 백기를 들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을 해서 마을 사람들을 속인 양치기 소년’ 비유처럼 이제 누구도 보건복지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처를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같은 양치기 소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가 의사인력 증원 정책 추진 과정에서 또 한 발 물러나니 이제 전공의와 의대생은 의료개혁 백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심히 우려스럽고 개탄스럽다.
(3)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 구제 및 재발방지 법안 입법 촉구
정부와 함께 지난 1년 이상의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이 있는 의료계의 요구에는 정부와 국회가 약속이나 한 듯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반면에 환자단체의 요구에는 무관심하고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묻고 싶다. 국회도 이제는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자인 전공의와 의사에게서 피해자인 환자와 국민에게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의료공백으로 피해 본 환자가 입증의 부담 없이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과 환자 중심의 투병 및 권익 증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자기본법안>을 국회는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통한 의료인력 추계를 위해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관련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지난 2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관련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도 후속 절차를 진행해 신속히 본회의를 통과시켜야 한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의료인력를 추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1년 동안 지속된 의정갈등과 그에 따른 환자의 의료공백 사태 피해를 하루빨리 종결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2020년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추진했을 때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했고 당시 의료공백으로 응급환자 사망 사건들도 발생했었다. 이때 환자단체는 국회에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과 같은 필수유지 의료행위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일명,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안>) 발의를 요청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되었다. 만일 2020년 발의된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었다면 2024년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회는 22대 국회에서 이제라도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안>을 발의하고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4)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의 문제점과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정부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추진 계획>관련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➀사회적 합의로 도입된의료분쟁조정법 상<경상해 의료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반의사불벌죄 특례를 허용한 규정(제51조제1항)에<중상해 의료사고>를 포함하는 개정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이를 제외한 정부와 국회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입법 추진에 환자단체연합회는 반대한다.
➁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적용은 의료분쟁조정법상 경상해 의료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특례와 같이피해자나 유족의 손해배상이 전제되어야한다.
➂2025년3월 발표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대한의사협회의료정책연구소가2022년11월9일 발표한우리나라2013년~2018년 연평균 의사 기소건수가754.8건이 사실인지와의료계가 주장하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팩트부터 확인해야한다.
➃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해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특혜를 이미 누리고 있다.의사에게는<응급의료법 제63조에 의한 응급의료사고에 대한형의 임의적 감면 특례>와<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에 의한경상해 의료사고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특례>와<의료법 제65조제1항제1호 단서에 의한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금고 이상의 형을 몇 번을 선고받아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은 의사면허 특례>가 적용된다.
➄정부는의사의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있어서업무상과실을우리나라 형법 체계와 맞지 않게중과실과 단순과실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➅정부는<중과실의 범위>를 작년 공청회 때「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서 예시로 규정한<의료법상 범죄행위와 환자안전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해당하는12개 유형>으로 한정하고,그 이외 모든 과실을 단순과실로 분류하면 안된다.형법에 규정된 것처럼 업무상과실의 유무로 판단해야 한다.
➆정부는<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필수의료 여부와 함께중과실 유무가 아니라 업무상과실 유무를 심의해야하고,단순과실이 있을 때 불기소처분을 하면 안 되고,업무상과실이 없을 때 불기소처분을 해야 한다.
➇사망 의료사고 관련해 유족의 전원 합의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입법례는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형사고소를 포기할 권리는 유족에게 상속되지 않는 일신전속적 권리이며,사망 의료사고까지 사인 간 합의로 형사처벌을 면책해주면국가 형벌권이 무력화되고,금전으로 손해배상만 하면 환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환자 생명 경시 풍조가 생길 우려가 있고,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지 않도록의료인이 적극적으로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소홀히 할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 허용될 수없다.
➈단순과실에 의한 고위험 필수의료 관련 사망 의료사고에 대해 유족 전원의 동의가 없는 경우 형의 임의적 감면 특혜를 허용하는 방안도 실제 중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동의할 수 없다.
➉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제도와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의료사고 설명의무,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한다.
❶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개선 방안> 관련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환자단체연합회는 2024년 4월 25일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17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한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개선 방안> 관련해 지난 3월 6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주최의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 중 <소통·신뢰 중심 분쟁 해결 지원 방안>과 <신속·충분한 배상을 위한 공적 배상체계 강화 방안>의 내용과 방향성에 동의한다. 그러나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형사체계 개선 방안>의 내용과 방향성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로 도입된 의료분쟁조정법상 <경상해 의료사고>에 대해 피해자가 동의해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특례를 허용한 규정(제51조제1항)에 <중상해 의료사고>를 포함하는 개정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이를 제외한 정부와 국회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 관련 입법 추진에 환자단체연합회는 강력히 반대한다.
❷ 의료계의 과도한 사법 리스크 주장 관련 팩트 체크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의 의료과실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현황을 담은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해 2022년 11월 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2018년 연평균 754.8건의 의사 기소가 있고, 2018년 연평균 근로일수를 기준으로 매일 약 3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으며, 이는 연평균 활동 의사 수 대비 0.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기소 건수에 대한 진위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을 통해 2025년 3월까지 연도별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고소 건수, 검사의 기소 건수, 법원의 형사재판 결과 등의 현황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연평균 의사 기소 건수 754.8건은 시민사회와 여러 전문가의 반박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2025년 3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의료계의 과도한 사법리스크 주장이 허위인지, 과도한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지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다.
❸ 다른 업무에 종사자에게 허용 안 되는 의사만을 위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 형사 특례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사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해 의사는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 비해 더 많은 형사적 특혜를 받고 있다. 의사는 응급의료에 의한 의료사고 발생 시 중대한 과실이 없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며 긴급한 상황이라면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법(응급의료법 제63조)상 특례가 적용된다.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가 성립하면 경상해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의료분쟁조정법(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상 반의사불벌죄 특례도 적용된다. 의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가 취소되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경우 몇 번을 반복해도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의료법(의료법 제65조제1항제1호 단서)상 면허 특례가 적용된다. 현행법상으로도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해 다른 업무 종사자에 비해 이미 3가지 특혜를 받고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 특혜를 받는 것은 과도하고, 의정갈등으로 전공의 1만 명 이상이 의료현장을 떠나 1년 이상 환자와 국민이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입는 상황에 국민정서상, 시기상으로도 용인될 수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관련 의사 형사처벌 특례제도
☞의료분쟁조정법 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경상해 의료사고 반의불벌죄(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의료분쟁조정법제51조(조정성립 등에 따른 피해자의 의사)
①의료사고로 인하여「형법」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를범한 보건의료인에 대하여는 제36조제3항에 따른조정이 성립하거나 제37조제2항에 따라조정절차 중 합의로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다만,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장애또는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제3장제2절에 따른 중재절차에서「중재법」제31조에 따른화해중재판정서가 작성된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
☞응급의료법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업무상과실치사상죄 임의적 감면(응급의료법 제63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3조(응급처치 및 의료행위에 대한 형의 감면)①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에게 발생한 생명의 위험,심신상의 중대한 위해 또는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히 제공하는 응급의료로 인하여 응급환자가 사상(死傷)에 이른 경우 그응급의료행위가 불가피하였고 응급의료행위자에게중대한 과실이 없는경우에는 정상을 고려하여「형법」제268조의형을 감경(減輕)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②제5조의2제1호나목에따른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응급환자에게 발생한 생명의 위험,심신상의 중대한 위해 또는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히 제공하는 응급처치(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로 인하여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그응급처치행위가 불가피하였고 응급처치행위자에게중대한 과실이 없는경우에는 정상을 고려하여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의료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의료인 면허 취소 특례→의료인 면허취소 대상 제외(의료법 제65조제1항제1호 단서)
▶제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①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그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다만,제1호ㆍ제8호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
1.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다만,의료행위 중「형법」제268조의 죄를 범하여 제8조제4호부터 제6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❹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중과실의 범위>
2024년 2월 29일 정부가 공청회 때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서는 의료법상 범죄행위와 환자안전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해당하는 12개 유형만 중과실로 규정해 그 이외 모든 과실을 단순과실로 분류되었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단순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중과실의 범위>
※정부가2024년2월29일 발표한「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 규정된<중과실>범위
→단순과실:아래12개 유형을 제외한 모든 과실
◆진료기록·CCTV영상 위·변조
1.의료인이「의료법」제21조제1항 및 제3항에 따른 기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 또는 사본 교부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경우
2.의료인이「의료법」제22조제1항에 따른 진료기록부,조산기록부,간호기록부,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같은 법 제23조제1항에 따른 전자의무기록을 포함하며,추가기재·수정된 경우 추가기재·수정된 진료기록부등 및 추가기재·수정 전의 원본을 모두 포함한다.이하“진료기록부등”이라한다.)을 기록·작성·보존하지 아니하거나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한 경우
3.의료인이「의료법」제38조의2제2항,제6항 및 제9항을 위반하여 영상정보를 촬영·보관하지 아니하거나 변조·훼손한 경우
◆의료분쟁조정 참여 거부
4.의료인이「의료분쟁조정법」제27조 제4항에 따라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날부터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무면허의료행위·불법대리수술
5.「의료법」제24조의2제1항에 따라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수술,수혈,전신마취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예방가능한 환자안전사고
6.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이 투여되거나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되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7.환자나 수술 부위를 착오하여 다른 환자나 부위를 수술한 경우
8.약제에 대한 필수적인 과민반응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약제를 투여한 경우
9.혈액형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혈액을 수혈한 경우
10.유효기간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11. 1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하여 감염시킨 경우
◆비의료행위
12.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의료행위등을 한 경우
형법 제268조에서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중과실치사상죄를 구분하면서 형벌을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가 업무인 의료행위 중 의료사고를 내면 단순과실인지, 중과실인지 판단이 어려우므로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고소하고, 경찰의 수사와 검사의 기소와 판사의 재판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진행된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해 업무상과실을 다시 단순과실과 중과실로 구분해 중과실 중심으로 기소·재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우리나라 형법 체계와도 맞지 않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일반인보다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단체연합회는 업무상과실을 중과실과 단순과실을 구분하는 것에 반대하고, 중과실의 범위를 의료법상 범죄행위와 환자안전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중요한 환자안전사고에 해당하는 12개 유형만으로 한정해 그 이외 모든 과실을 단순과실로 분류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❺ <의료사고심의위원회> 통해 단순과실 시 경찰의 의사 소환 조사 생략하고 검사 불기소처분 특례 허용 여부
의료계에서 의사들이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의료사고를 내었는데도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는다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 주장이 시민사회와 전문가의 반박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그러자 의료계에서는 형사고소를 당한 의사가 경찰에 자주 소환되어 범죄인 취급을 당하는 모욕을 겪고, 장기간의 수사에 대한 불만으로, 고위험 필수의료 진료과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개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불만을 고려해 의사의 경찰 소환 조사 불편과 심적 부담감을 줄여주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150일 이내 의료감정과 컨퍼런스를 통해 의사의 업무상과실 여부를 판단해 그 결과를 토대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업무상과실이 없는 경우 의사를 소환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고,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는 형사절차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의료계의 불만을 해소하면서 피해자 입장에서도 현재보다 강화된 의료감정 절차를 거치고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단체, 법조인이 참여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므로 충분히 사회적 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내용이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필수의료 여부와 중과실 유무를 판단해 무과실뿐만 아니라, 업무상과실을 또다시 단순과실과 중과실로 분류하고, 단순과실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하는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결과도 경상해 뿐만 아니라 중상해(사망은 제외)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단계에서 무과실이 아닌 단순과실로 경상해와 중상해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 형사처벌 특혜를 주는 것으로서 환자단체연합회는 강력히 반대한다.
형사고소를 당하면 피의자가 되어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형사절차다. 이를 의사에게만 범죄인 취급을 당하고 모욕당한다는 이유로 소환 조사를 하지 않는 특혜적 형사절차를 별도로 만드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고위험 필수의료 기피현상 해소를 위해 부득이하게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조사를 통해 업무상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고위험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소라는 공익을 고려해 의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생략하고 불기소처분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업무상과실을 우리나라 형법 체계와 달리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해서만 단순과실과 중과실로 분류하고, 단순과실의 경우에는 의사 소환 조사를 생략하고 불기소처분까지 허용하는 것은 위헌적 특혜를 주는 것으로써 절대 허용될 수 없다.
❻ 사망 의료사고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특례 허용 여부
사망 의료사고에 대해 유족 전원이 동의하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 특례를 허용하는 방안에도 환자단체연합회는 동의할 수 없다. 환자가 고위험 필수의료 치료를 받을 때 본인이 의사의 실수로 의료사고를 당해 사망하더라도 형사고소할 권리를 포기했을 거라고 추정하기 힘들고, 이러한 형사고소를 포기할 권리는 유족에게 상속되지 않는 일신전속적 권리이다. 사망 의료사고까지 사인 간 합의로 형사처벌을 면책해주면 국가 형벌권이 무력화되고, 금전으로 손해배상만 하면 환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환자 생명 경시 풍조가 생길 우려가 있고,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지 않도록 의사가 적극적으로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을 소홀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❼ 단순과실에 의한 고위험 필수의료 관련 사망 의료사고에 대한 형의 임의적 감면 특례 허용 여부
단순과실에 의한 고위험 필수의료 관련 사망 의료사고에 대해 유족 전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형의 임의적 감면 특혜를 허용하는 방안도 동의할 수 없다. 실제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중에서 의료사고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해 형을 임의적 감면하는 특례를 허용할 필요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❽ 환자가 원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방안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사고 설명의무 관련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사고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관련 의료법 개정안 모두 의료계의 반대로 폐기되었다. 이처럼 유족이 의료사고로 가족을 잃은 상실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사과받지 못하는 울분, 입증의 어려움, 고액의 소송비용 부담을 해소해 주려는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입법적 노력에 대해 의료계는 계속 반대하며 가로막아 왔었다. 이러한 상황에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혜법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행보에 그 어떤 국회의원도, 그 어떤 국민과 환자도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기피과 고위험 필수의료 진료과보다 의료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는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들이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고위험 필수의료 진료과보다 수입이 많고, 당직 부담이 적으니까 의료사고 발생 위험이 높지만 선택하는 것이다. 고위험 필요의료 진료과 의사 중에서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적고, 금고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동네의원을 개원하지 않고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소명감 있게 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투입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무 지원을 강화하고, 책임보험료나 손해배상금을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관련 제도와 입법이 아닌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의료사고 관련 유감 표시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피해자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분쟁 감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도 울분을 해소하며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2025년 3월 1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