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신속한 입법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의정갈등을 해소하라)
▸첫째, 국회는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수급추계위원회를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와 보건의료 수요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그 비율은 동수로 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의과대학 등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에 대한 수급추계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
▸넷째,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는 의료계와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고집하는 정부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지난 1년 동안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본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수준의 2026년도 의대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를 통해 이루어지면 서명옥·안상훈 의원 법안의 특례조항처럼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이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으로 제출하고 교육부장관이 그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고 참고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출구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이하,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오는 14일 오전 10시 국회 본청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개최한다. 현재 국회에는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김미애 의원(국민의힘),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명옥 의원(국민의힘), 안상훈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대표발의한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관련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개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개 총 6개의 법안이 심의 중이다.
작년 2월 6일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에서 심의한 2025년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2,000명 증원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확충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항의해 전공의 약 1만명이 집단사직을 했고, 의대교수도 집단휴진으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반대했다. 의료공백으로 입원과 검사·수술·항암치료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질환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이 발생했다. 특히, 암·희귀난치성질환으로 투병 중인 중증질환 환자들과 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의료공백 사태는 서로 한치의 양도도 없는 의료계와 정부의 불신과 불통으로 1년이나 지속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의료계와 정부가 의정갈등 및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자 의료계와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 모두가 동의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의료인력 수급 계획을 세우기 위한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관련 입법에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안과 치료상 피해를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래 의료인력의 적정한 수급 규모를 산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논의과정을 담보할 수 있는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 대한 요구는 환자에게도 절실하다.
현재 심의 중인 6개의 법안은 수급추계위원회의 객관적 구성, 심의 결과의 법적 성격, 2026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조정 여부 등 여러 쟁점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앞두고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회는 수급추계위원회 구성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는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불신과 항의에서 촉발되었다. 따라서 국회는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이 의료인력 수급 계획 관련 정책 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1년 동안 지속된 의정갈등과 그에 따른 환자의 의료공백 사태 피해를 하루빨리 종결하는 지름길이다.
둘째, 국회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6개 법안 중 이수진 의원 법안을 제외한 김윤·강선우·김미애·서명옥·안상훈 의원 5개 법안 모두 사실상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이 수급추계위원회 전체 위원 중 과반 이상이 포함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윤 의원은 30명 이내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직종별 전문분과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고, 직종별 전문분과위원회 전체 위원 중 해당 직종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규정했다. 강선우 의원은 직종별 15명 이내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위원 중 해당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 이상 반드시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김미애 의원은 직종별 13명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위원 중 해당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이 7명이 되도록 규정했다. 서명옥 의원은 직종별로 19명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위원 중 해당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13명이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안상훈 의원은 직종별 15명 이내의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체 위원 중 해당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이 수급추계위원회 전체 위원 중 과반 이상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객관성을 현저히 결여하였고, 심의 결과의 공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보건의료인력 증원 규모에 이해관계가 높은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 위원이라면 공익보다는 추천한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의 입장이나 의견을 수급추계위원회에서 관철할 개연성이 높다.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을 높여 보정심에서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국회는 수급추계위원회를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와 보건의료 수요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그 비율은 동수로 해야 한다.
셋째, 국회는 의과대학 등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에 대한 수급추계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 보정심은 보건의료정책 관련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는 법정위원회이면서 사회적 합의기구다. 보건의료인력정책은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고, 이와 관련한 주요 시책은 보정심에서 심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작년 2월 6일 사회적 합의기구인 보정심에서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2천명으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를 발표한 것을 두고 전공의는 집단사직, 의대 교수는 집단휴진으로 대응하면서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가 1년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6개 법안 모두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보정심(김윤·강선우 의원 법안은 인정심)에서 의무적으로 반영하거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보정심이 개정된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한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거나 작년 2월 6일과 같이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건의료인력정책을 결정한다면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제2의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한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난 1년 동안의 의정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로 인한 국민과 환자의 피해 및 국정 혼란을 고려한다면 보정심이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의과대학 등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 또는 보건의료인력의 수급 추계 관련해 심의한 결과를 강선우·서명옥 의원 법안처럼 의결사항으로 규정하면 안 되고, 사회적 합의기구인 보정심에서 수급추계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반영해 심의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김윤·강선우·서명옥·안상훈 의원 법안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목표는 동일한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에 관한 특례’ 규정을 모두 두고 있다. 핵심 목표는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김윤·강선우 의원 법안은 인정심) 심의(김윤 의원 법안만 심의·의결)를 거쳐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강선우 의원 법안은 전 학년도 증원 규모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증원 규모의 조정이 필요한 때 이를 조정하거나 정원을 감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정갈등 사태 수습 차원에서 마련된 규정으로서 사실상 2026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의료계의 요구만큼 감원하기 위한 근거로 해석되어 우려스럽다. 의료인력 수급 계획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진행되어서도 안 되지만, 무리한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대한 반발이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그 결정을 번복하는 장치를 두는 입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김윤 의원 법안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의과대학 정원을 정하여 이를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반영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보건복지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의 관여 없이 의결기관인 인정심에서 수급추계위원회 심의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고등교육법상 의과대학 등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 정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 최종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교육부장관에게 두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강선우·김윤 의원 법안과 달리 서명옥 의원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의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결정하여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으며, 교육부장관은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정함에 있어」 이를 존중하여 결정하도록 했고, 안상훈 의원 법안은 이를 참고하여 결정하도록 했다. 문제는 국회의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 및 정부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시간상으로 2026년도 의대정원 증원 규모를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26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는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에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이외 적절한 해법이 없다.
의대정원 증원 백지화를 고수하는 의료계와 의대정원 2천명 증원을 고집하는 정부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지난 1년 동안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본 국민과 환자의 입장에서도 수용 가능한 수준의 2026년도 의대정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수급추계위원회와 보정심를 통해 이루어지면 서명옥·안상훈 의원 법안의 특례조항처럼 그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이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으로 제출하고 교육부장관이 그 결과를 존중하고 참고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출구전략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정책 추진 관련한 의정 갈등으로 입은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지난 5일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한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의 초과 사망자 수가 3천13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지난 6일 의료공백 기간인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건강보험 청구한 위암·간암·폐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6대 암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16.7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도 의대정원 증원 규모와 2027년부터의 의대정원 증원 규모 결정 방안이 정해지지 않는 한 의정갈등은 계속될 것이고,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국회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건의료인력 수급 계획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나갈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입법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5년 2월 11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 한국파킨슨희망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