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국회는 국내에 없었던 최첨단 뇌전증 진단 장비인 뇌자도(뇌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초정밀 검사, MEG)를 도입하기 위하여 31억원 정부 예산을 역사적으로 승인했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2월 세브란스병원 광혜원 지하 3층에 뇌자도검사실이 설치되었고, 뇌전증지원센터와 세브란스병원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규정대로 세브란스병원 환자 30%, 외부병원 환자 70%가 이용하였다. 하지만 외부병원 환자의 약 80%가 홍승봉교수 1명의 환자들이다. 다른 뇌전증 의사들은 왜 뇌자도검사를 의뢰하지 않는지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비수도권 병원들의 뇌자도검사 의뢰는 전무하다. 게다가 국내 유일한 뇌자도검사실이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했다. 선별급여, 검사 의뢰 저조, 저수가의 3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검사 수가는 뇌전증 자발 뇌자도검사와 유발 뇌자도검사를 합쳐서 약 130만원이다. 하루에 1-2건밖에 시행하지 못하는(2023년 203명, 2024년 163명 검사) 뇌자도검사의 수가는 최소한 300만원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뇌자도검사는 선별급여(환자 부담 80%)로 환자 부담이 100만원으로 너무 크다. 세 번째 문제는 다른 병원에서 뇌자도검사를 의뢰하면 불필요한 세브란스병원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때 환자를 빼앗기거나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의뢰하는 의사들이 뇌자도검사 처방을 하고 환자는 뇌자도검사실을 방문하여 진료 없이 검사만 받고 귀가한다. 한국도 이렇게 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 7개뿐인 수술센터들 중에 4개 병원은 뇌자도검사를 거의 의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천신만고 끝에 도입된 뇌자도검사의 혜택을 잃어버리게 된다. 보건복지부, 국회, 뇌전증지원센터와 세브란스병원은 공동으로 빨리 다음 대책들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1. 뇌자도검사 장비의 공동 이용을 통한 검사 의뢰 활성화
뇌자도검사 장비의 공동 이용으로 미국과 같이 다른 병원 의사들이 뇌자도검사 처방을 내고 환자는 뇌자도검사실을 방문하여 검사만 받고 귀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뇌자도 장비의 공동 이용은 환자를 빼앗기는 위험이 낮아지고 편리성이 높아져서 외부 병원 환자들의 검사가 늘어나게 한다. 세브란스병원이 뇌자도검사 장비를 공동 이용 장비로 등록하고 공동이용을 원하고 있는 병원들(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베드로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과 함께 “뇌자도 공동사용을 위한 위·수탁 협약서”를 만들고 시행하면 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중앙보훈병원, 일산병원과 PET-CT 장비를 공동 사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PET 검사를 처방하면 환자는 중앙보훈병원과 일산병원의 PET 검사실을 방문하여 별도의 진료 없이 PET 검사만 받고 귀가한다. 미국은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있다.
2. 뇌자도검사의 필수급여화로 환자 부담 줄여야
검사비의 환자 부담이 너무 커서 뇌자도검사를 받기가 힘들다. 중증 뇌전증 환자의 수술에 필요한 뇌자도검사는 선별급여(환자 부담 80%)에서 당연히 필수급여로 전환되어서 환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것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
3. 뇌자도검사의 수가 개선으로 검사실 운영 정상화 시급
뇌자도검사 수가가 너무 낮아서 세브란스병원은 매년 수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수가는 원가의 1/3 수준으로 너무 낮다. 뇌자도검사 수가는 300만원 (뇌자도검사료 250만원 + 판독료 50만원)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뇌자도검사는 1년에 최대 200-300 정도 시행하므로 수가가 300만원으로 높아져도 1년 총 보험재정의 부담은 최대 5.5 - 8억원(환자 10% 부담시)으로 작다. 수술 로봇 1대 값도 안 된다. 장비 가격이 뇌자도(44억원) 보다 낮은 감마나이프(35억원) 장비는 하루에 5-10건 수술을 시행하는데 수가가 약 720만원이다. 하루에 1-2건 시행하고 1건 판독에 3-4시간이 걸리는 뇌자도검사는 이것 보다 더 높아야 형평성에 맞다. 뇌자도검사 수가 개선 시 300만원도 장비 값과 소요시간을 감안하면 감마나이프 수가의 1/10에 불과하다. 현재 상태로는 국내 유일한 뇌자도검사실의 문을 닫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빠른 뇌자도검사 수가의 개선을 촉구한다.
4. 뇌자도검사실에 정규직 기사 1명 채용 꼭 필요
장비 가격이 44억원인 뇌자도검사실은 국내 유일하고 정부의 31억원 지원으로 도입되었으므로 세브란스병원은 한시적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직원 1명을 꼭 채용해야 한다. 뇌자도검사는 많은 경험과 충분한 기술을 겸비한 숙련된 기사가 꼭 필요한데 한시적 계약직은 1-2년마다 바뀌므로 전문 기술을 익힐 수가 없고 뇌자도검사의 질을 유지할 수가 없다. 현재 2년 동안 뇌자도검사 기술을 익히고 숙련된 한시적 계약직 기사가 퇴직 위기에 처해 있다. MRI, PET 검사실에 정규직이 1명도 없는 것과 같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상의 4가지 해결책들을 신속히 시행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국회 주도의 뇌자도검사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을 요청한다. 전국 40만 뇌전증 환자들을 위하여 국내 유일의 공공의료 뇌자도검사실을 살려야 한다.
홍승봉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뇌전증지원센터장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