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도움전화의 벨이 울렸다. 20대 젊은 남자 뇌전증 환자의 어머니이다. 한 달에 20회 이상 쓰러지고 전신발작을 하여 온몸에 상처가 없는 날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는 단 1분도 마음 놓고 살지 못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여러 가지 약을 처방 받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비디오뇌파검사를 위하여 의사 지시에 따라서 입원 하루 전에 약을 중단하는 바람에 입원 직후 대발작이 발생하여 검사 시작도 못했다고 한다. 비디오뇌파검사를 할 때에는 입원 후 항경련제를 하루 30%씩 단계적으로 감량해야 한다. 입원 전에 집에서 갑자기 약을 중단하면 매우 위험하다. 주치의도 더 이상의 치료를 포기한 것 같다. 사실 이 대학병원은 뇌전증 수술이나 신경자극술을 하지 못하므로 약물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럴 경우 뇌전증 수술 병원이 연계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국은 모든 대학병원의 뇌전증센터는 반드시 뇌전증수술 병원과 연계를 맺어야 하고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수술을 의뢰해야 한다 (미국 뇌전증센터 가이드라인). 물론 수술센터에 환자를 빼앗기지 않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한국은 뇌전증 수술센터의 수가 7개로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수술 연계 시스템이 전무하다. 수술센터에서도 수술까지 받기는 매우 어렵다. 7개 수술센터들 중에 가장 큰 2개 센터는 수술 중단 상태이고, 나머지 수술센터들도 인력, 장비 부족으로 수술 건수가 매우 적다. 게다가 수술센터에 가도 수술을 추전하지 않는 교수들이 많다. 왜냐하면 뇌전증수술을 하려면 신경과, 소아신경과 의사들의 일이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전공의 사직으로 당직까지 서는 상황에서 수술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진이 매우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을 대신하여 고난이도 수술을 하는 원래 전공의가 없는 중소병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한 상급종합병원에 가면 진료, 검사, 수술 모든 것이 지연된다. 이제는 5대 병원 외에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유방암 환자 L씨는 작은 종합병원에 가서 매우 친절하고, 사려 깊은 진료와 설명을 듣고, 수술을 빨리 받아서 너무 기뻐한다. 가장 낙후된 뇌전증 수술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료진 부족이 없는 중소 종합병원들을 정부가 지원하여서 뇌전증 수술 센터를 늘리는 것이다. 적어도 전국에 10개 이상의 뇌전증수술센터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뇌전증수술센터 신청을 받고 신속하게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면 된다. 치료를 받을 곳이 없는 중증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일생 동안 뇌전증 치료를 해 온 의사로 정말 환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 하지만 계속 중증 뇌전증 환자들을 위하여 싸울 것이다. 2기 뇌전증지원센터 사업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 또한 2기 사업은 공공의료 규정대로 사립병원이 아닌 국공립병원이 주관기관이 되고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착한 의사가 맡아서 전국 뇌전증 환자들을 위하여 공평하게 운영해야 한다. 의사들은 훗날 자손들이 2025년 비상사태 때 무엇을 하셨는지 물어볼 때 부끄럼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