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 트럼프 2기 행정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나? 제약바이오산업 정책 환경 전망은?
트럼프 당선자의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은 당선자의 공약집 역할을 했던 Agenda 47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체 47개 의제 중 무려 3개 의제가 제약바이오산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제약바이오산업에 인식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①미국 약가가 지나치게 높으며 이는 대형 제약회사(Big Pharma)가 미국으로부터 부당하게 이윤을 착취하기 때문이고, ②대형 제약회사가 다른 국가에는 약가를 낮게 책정해 미국이 부당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트럼프 취임 시 적극 추진될 만한 정책으로 우리가 주목할 만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의 행정명령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①MFN Rule을 제기했던 행정명령 13948과 ②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13944이다.
먼저 MFN Rule을 동반했던 행정명령 13948의 경우, 미국의 건강 보험인 Medicare Program의 Part B 및 Part D의 약가에 최혜국 대우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제약기업이 Medicare에 공급하는 제약 제품 가격이 해당 기업이 공급하는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공급망 강화를 위한 행정명령 13944의 경우,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정책이 망라되어 있는데 우리에게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조치를 동반하고 있다. 동 행정명령은 연방정부 조달시장에서 핵심 의약품(essential medicenes)에 대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약 품목만을 허용하도록 조치했다. 이러한 정책은 불공정 경쟁 행위로 인식되어 국제적인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해당 행정명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WTO, FTA의 정부조달 협정에서 의약품에 대한 적용 배제 추진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외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트럼프 당선자 개인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을 암시했었는데, 미국 118대 의회 하원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통과시키면서 연방정부가 바이오기술 장비나 서비스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으로부터 조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306대 8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어, 제약바이오 분야에 있어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법안은 트럼프 당선자도 적극 찬성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다만 해당 법안은 미국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패키지화해 논의하는 것이 불발되어 아쉽게도 현 118대 의회에서 법 제정까지는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향후 119대에서 비슷한 법안이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문2.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정책을 평가한다면?
앞선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주요 제약바이오산업 정책은 다소 강제적인 방식을 통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과연 이러한 법적 권한을 가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정부 직접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고자 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은 MFN Rule을 통해 다소 강제적인 방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시장에 차별화되는 품목을 공급하게 되면, 가격을 소비자에 따라 다소 차별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기업 이윤 극대화에 있어서 유리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의 의사에 반해 정부가 개입해서 가격을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라고 무조건 강제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각종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러한 행정명령에 반발해 법적 공방을 시작했고, 이에 대해 미국 메릴랜드 지방 법원은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의 해당 MFN 규정 적용을 무효화 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MFN 규정을 사실상 폐지했다.
정부조달 측면에서 미국에서 생산된 의약품만 허용하겠다는 정책도 문제가 있다. WTO 정부조달협정에서는 정부를 상대로 한 특정 상품 및 서비스 조달에 있어서 내국인 대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협정 부속서 4에 따라 미국은 모든 품목을 개방하도록 약속했다. 또한 한미 FTA의 정부조달협정은 WTO 정부조달협정을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정부조달 시장 내 미국기업에 대한 특혜 부여는 사전에 약속된 정부조달 시장 개방을 전면적으로 위배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선 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과 ‘준비 부족’을 들 수 있다. 두 정책 모두 선거 직전인 2020년 중후반에 발표되었는데,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행정명령을 뒷받침할 시행 규칙이 발표되기까지의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했다. 또한 준비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 보통 행정부에서 시행 규칙을 적용할 때 규정 공시와 함께 코멘트를 접수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MFN 규정이 법원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는 앞선 두 정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1기 행정부에서 부족했던 신속성 관련 부분을 보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절차적 요건에 대한 부수적인 부분도 상당 부분 보완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백신회의론자이면서 기존 보건 정책 방향이나 상식과 괴리가 큰 로버트 F. 케네디의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은 트럼프의 반시장적 정책 추진이 더욱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3. 미국에 진출 중인 한국 제약바이오기업 현황은?
미국 내 제조 기업에 대한 특혜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 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활동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다양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와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셀트리온도 미국 판매법인을 운영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법인을 통한 직판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었고, LG케미칼은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인 Aveo를 인수한 바 있다. 유한양행은 유한USA를 통해 글로벌 연구센터, 바이오텍 스사트업, 제약 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고 미국 생산공장에 4,800만 달러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운트바이오도 미국에 인슐린 공장을 지으면서 1억 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놈앤컴퍼니도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내 CDMO 사업을 위한 생산시설을 착공한 바 있다.
미국의 국가 보건 지출 데이터(NHE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보건 지출액이 4.5조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GDP의 17.3%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WHO 글로벌 보건지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조사 대상 192개 국가 중 미국의 보건 지출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거대한 미국 보건 시장에서 메디케어 지출액은 미국 내 보건 지출의 21%, 메디케이드는 18%를 차지해 합치면 거의 40%에 달한다. 따라서 거대한 미국 연방 조달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미국 약물 관련 조달시장 규모는 USA Spending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 12월 11일까지 776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외국계 기업의 계약 규모는 대략 10%(77.8억 달러)를 차지하며 해당 계약 중 1/4만이 미국 내에서 제조되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셀트리온 USA와 SK라이프사이언스가 미 연방정부와 계약한 건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이 조달시장에서 주 계약자로서 활발하게 참여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4.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트럼프 2기 대응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약바이오 정책은 1기 행정부 말의 주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우리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미국 내 활동에 대한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약가를 낮추기 위한 정책들이 강제성을 띠고 있어 실제 추진 가능성은 미지수지만, 전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강화되어 해당 분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더욱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한국 CDMO 기업의 역할도 중국 견제 정책 강화와 함께 미국 내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의무 역시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외국계 기업의 미국 연방 조달시장 참여는 대부분 미국 밖에서 제조된 의약품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현상은 미국 내 제약바이오 공급망 강화를 위한 극복 과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관세 인상과 같은 요인 역시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아직 독립적으로 미국 연방 정부 조달시장에 참가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내 독자적 공급망 구축보다는 미국 내 토종 기업이나 미국 외 유수의 제약 기업과 합작을 통해 진출하거나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
향후 제약바이오산업의 거대한 지형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예고된 만큼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은 미국 정부나 의회를 상대로 한 대관 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 투자 시 최대한 미국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의 정책에 대한 정보 수집 기능도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