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이 예고되면서 우리는 현재의 의료재난 상황을 타개하고 의과대학 교육의 파행이 예고된 입시 일정에 대한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발언이 있을 것으로 일말의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의료붕괴, 의대교육 파탄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논평이 불가능할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과연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고,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응급의료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고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그에 대한 보도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응급의료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고 잘 대응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대통령이 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인식의 문제인지 대통령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대통령실의 문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하루하루 악화되고 있고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는데 문제없다는 발언과 인식은 과연 어떤 근거에 기반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적어도 지금 상황을 만든 당사자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발언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불편을 참아달라는 정도의 발언은 지금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들에게 의료 현장을 가보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복지부 관계자들을 일선 의료기관에 가보라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직
접 119 구급차를 타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전국 408개 응급의료기관 중 300여 기관은 원래 전공의가 근무하는 곳이 아닙니다. 즉, 6개월 이전과 상황이 다르지 않은 곳입니다. 수련기관으로 있던 응급의료기관 100여 개의 기관의 문제가 심해지고 있고 그 기관들이 중증환자를 주로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과로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있고 최종 치료를 제공해야 할 배후진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인데 응급실이 문을 열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심각한 정보의 왜곡입니다.
대통령에게는 본인이 브리핑에서 언급한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그 헌신적인 의사들은 언급하면서 그 당사자들이 위기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의대정원이 원래대로 3천명으로 유지되더라도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어 학생들이 유급이나 휴학이 되면 내년 1학년은 6천명이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대로 증원되면 7천 5백명이 수업을 받아야 합니다. 의과대학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교수도 시
설도 기자재도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야 할 예산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의과대학의 수업은 단순히 강의실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복지부, 교육부 장관은 우리가 제기하는 교육의 문제가 과장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과는 별 중요한 교육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것은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예과, 본과 구별 없이 6년 교육과정으로 개편된 지 이미 오래된 것을 모르고 하는 발언입니다. 연계된 6년의 과정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학습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수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교육부는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강제로 진급시키려고 합니다. 교육을 받지 않고 진급한 학생들에게 의사가 되라고 할 수 있습니까?
국가가 나서서 의사의 질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입니까? 어제 대통령은 의대정원 증원은 이미 끝난 것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잘못된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의 파행은 대통령 임기 3년을 버틴다고 그 영향이 끝나지 않습니다. 30년 아니 더 긴 시간을 두고 그 잘못된 결정이 우리나라에 두고두고 영향을 줄 것이기에 우리 의대 교수들은 그 피해를 막기위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대정원 증원을 끝났고 필수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발언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대정원 증원을 해야 한다는 그간의 설명이 근거 없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그리고 근거 없는 증원 정책을 멈추고 학생, 전공의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의 출발이 될 것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건강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나라를 갖게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2024년 8월 30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