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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약 논평, 인보사 대국민 사기사건에 미국 사례를 거론한 판사는 사실 검토부터 다시 해야

지난 금요일(11월 29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성분을 조작하여 기소되었던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중 2액을 ‘신장유래세포(GP2-293세포, 이하 293세포)’로 제조했음에도 허가 당시 자료를 ‘연골세포’인 것처럼 조작하여 제출하였고 규제기관을 기망하여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허가 후 30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무릎 관절염 치료를 위해 가짜약 인보사를 사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회사는 160억원의 매출 이익을 얻었다. 심지어 인보사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293세포는 무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진 세포로 한 번도 인체에 사용된 적이 없는 위험한 세포였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렬 회장의 여러 의혹을 모두 무죄로 판결한 재판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렬 명예회장이 기소된 혐의는 여러 가지였다. 식약처에 제출하는 신약 허가자료를 조작했다는 점, 가짜약을 개발하면서도 여러 차례 복지부 등의 정부기관 지원을 받았다는 점, 심사부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점, 임상시험 중단이나 계약취소 등의 사실을 주식시장에 적절하게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기소의 이유였다. 하지만 핵심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유발 가능성이 높은 293세포로 변경된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줄곧 인보사 주성분의 정체성을 오인했을 뿐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방사선 조사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재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를 알고도 숨겼다는 명백한 증거를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웅렬 회장에게 무죄를 결정한 것이다. 특히 최경서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미국과 비교하며 “사회적 파장이 컸고 수년간 막대한 수사·재판 인력이 투입”되었다며, “한국은 소송전이 벌어진 반면 미국은 과학적 관점에서 차분히 검토해 환자 투약을 했다”고 우회적으로 한국 규제기관을 비판하였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위법 문제는 형사재판 이외에 여러 판결에서 이미 증명되어

 
그런데 코오롱생명과학과 관련된 소송은 형사소송 뿐만 아니라 품목허가 취소 관련 행정소송과 환자와 손해보험사의 손해배상 소송,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다. 형사소송에서는 이웅렬 회장 등 임원진에게 사기 수준의 전과가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소송은 대부분 코오롱생명과학이 패소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식약처의 허가취소 절차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2심까지 식약처의 손을 들어주었고, 허위공시에 따른 주주들의 손해를 보상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최근 1심에서 피해액 전액을 보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이 있었다.

 
인보사 주성분 변경은 사기이거나 기본적인 품질관리기준도 지키지 않은 형편없는 실수

 
코오롱생명과학은 허가 당시 인보사를 세계 최초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고 소개하며 골관절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새로운 패러다임 치료제라고 홍보하였다. 주성분 변경을 의도하지 않았다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약의 제조과정에서 293세포가 세포은행에 혼입되어 완전히 주세포가 교체된 것은 소규모 연구실에서나 할 법한 형편없는 실수이며, 허가단계에서 제출했던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만 하더라도 충분히 검증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놓친 것도 바보 같은 행동이다. 또한 허가 이후에도 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주기적으로 원료세포의 확인을 위해 유전학적 검사를 시행해야 했는데 이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관리기준 위반에 해당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신약을 개발했다는 기업이, 수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자랑했던 기업이 벌인 실수라고는 믿을 수 없었기에 식약처 및 관련 전문가들이 코오롱생명과학의 행위를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사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코오롱생명과학의 실수(?)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라면, 시험과정에서 대상자(환자)를 보호 가능한 범위에서 기술적인 변경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가승인을 받은 약이 알고봤더니 회사가 허가제출과정에서 허위의 문서를 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만약 미국 FDA에 위조된 자료를 제출한 기업이 있었다면, 고발 조치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허위 자료로 허가된 약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 소송으로 회사는 파산수준의 징벌적 손해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안에 이상한 잣대를 들이댄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들여봐야

 
명백하게 다른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미국을 비교해 소송의 의미를 되묻는 것은 모자란 의문 제기였다. 인보사 사건에 대한 식약처의 고발은 과학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아니라 사회 신뢰 시스템을 이용한 기업의 행태에 대한 철퇴로 봐야 한다. 제약기업이 허위의 허가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보건당국과 주주, 환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은 한국 의약품 규제의 허술함을 낯낯이 보여준 사건으로 봐야 한다.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식약처는 인보사 사건 이후 품목허가 검토단계에서 허술한 자료검증체계를 드러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품목실사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취했었다. 자료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해 식약처 검사관들이 직접 기업 연구기관 및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방문하여 허가자료를 교차검증을 하는 품목실사는 이제 허가절차 중 중요한 단계로 정착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가 다시 제약산업진흥처로 변모하면서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엄령도 벌이는 정부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식약처가 회사의 편의를 목적으로 품목실사를 통한 검증을 절대 생략해선 안된다.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2024년 12월 6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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