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는 1월 10일 보도자료 형식으로 서울대병원의 갑질 교수에 처벌 제로라며 서울대병원의 특단 대책을 요구했다.
다음은 노조에서 내놓은 비판 글 원문이다.
2019년 11월 17일,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영상의학과 소속의 K교수와 그의 장모가 담당 간호사에게 폭언 및 폭행을 자행하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 간호사는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고 사건 발생 2달이 지난 지금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병가 중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언·폭행을 넘어 교수와 그의 친인척이 교수라는 지위를 남용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기에 노동조합은 2019년 11월 18일 임단협 정식조인식에서 김연수 병원장에게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였다. 당시 김연수 병원장은 “병원장으로써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 철저히 조사해서 조치하겠다”라고 말하였다. 그 후 2달, 병원은 해당 장모와 교수를 폭행·응급의료법 위반·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조치하였고, 지난 12월 30일 K교수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던 병원은 조사내용이나 고발장 내용을 피해자에게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K교수의 인사위원회 결과 또한 개인 인사정보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심지어 인사위원회 내용 또한 경징계로 그쳤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어 병원이 진정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병원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7년간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인 갑질과 인격 모독·폭언을 자행하였던 약물유해반응센터 K 교수 사건에서도 반복이었다. 작년 7월 약물유해반응센터 K 교수의 상습적인 갑질에 고통받아온 간호사가 단체교섭에서 병원장에게 피해 사실을 폭로하였다. 이에 병원장은 직접 사과하고 직권으로 인권센터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하게 하였으나 정작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에 대한 처분은 교육 권고라는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그치고 말았다. 유사한 갑질 사례로 인사위원회 회부되어 정직 3개월 및 보직해임처분을 받은 전 의무기록팀장에 대한 처분과는 너무나 차별된 결과에 서울대병원 직원들은 “교수 감싸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는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서울대병원의 뒤틀린 조직문화를 바로잡고, 인권이 존중받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병원에 요구한다.
- 병원장은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약물유해반응센터 교수의 갑질로 고통받은 피해자들과 인권 존중이 사라진 직장에서 상처 받은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여야 한다. 김연수 병원장은 2020년도 신년사에서 서울대병원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아실현이 되는 직장, 행복한 일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제적으로 과거의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교수 갑질 사건을 대하는 병원의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김연수 병원장이 거짓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면 병원장이 직접 그룹웨어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하여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갑질을 뿌리 뽑을 수 있다. 병원장의 사과문에 건강한 서울대병원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한 재발방지대책이 포함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 병원은 해당 간호사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기고, 간호사로써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은 영상의학과 K교수와 7년 동안 직속부서 직원을 지옥에서 살게 만들었던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를 중징계해야 한다. 김연수 병원장이 본인이 내뱉은 대로 정말 이 사건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영상의학과 K 교수와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에 대해 중징계로 엄벌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들에 대한 중징계야말로 구시대적인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교수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일반 직원들도 차별로 인한 박탈감에서 벗어나 존중받고 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수뿐만이 아니라 의사직(임상강사, 전공의, 인턴)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집체 교육으로 강화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교육은 2019년 7월 16일부터 법으로 제정되어 필수교육으로 이수하고 있으나, 의사직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소홀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필수교육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있으며, 집체교육을 수강하는 의사들 또한 출석 채우기에 급급하다. 서울대병원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병원장이 책임지고 의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집체형식으로 받게 하여야 한다.
- 노사동수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꾸려야 한다. 노동조합은 지난 2019년 임단협에서 병원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사동수의 위원회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병원은 “노사동수가 되면 서로 다투느라 시간만 지연될 뿐이다”라는 비합리적인 논리로 합의를 끝까지 거부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두 사건을 통해 병원이 교수에 대해 처벌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하였다. 노사동수의 조사위원회만이 서울대병원의 교수 갑질을 뿌리뽑고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해답이다.
- 노사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위계에 의한 갑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03년 간호사 성희롱 성추행 비뇨기과 교수 사건, 2014년 보라매병원 수술장 교수 폭언 사건, 2017년 교수 간 성추행 성형외과 교수사건, 2019년 의무기록팀 갑질 사건, 그리고 2019년 두 명의 교수 갑질 사건 등 알려진 것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이다. 드러나지 않은 갑질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그 빗장을 열어젖혀야 한다. 숨겨져 있는 추악한 사실을 양지로 끄집어내어 문화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갑질을 없애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2020년 서울대병원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종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민주적인 직장을 만들기 위해 “서울대병원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기구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대병원을 좀먹었던 온갖 차별과 갑질을 없애고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 것이다. 병원의 주인은 환자이며, 그 환자와 동행하는 것은 일부 교수가 아닌 모든 직원임을 병원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