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렇게 하나씩 모든 것을 잃기 전까지 욕심을 버릴 수 없었다. 분만실이 사라지고, 초등학교가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고, 이제 대학까지 문을 닫을 상황에 왔지만, 욕심은 놓을 수가 없었다. 일부 마을이 없어지고,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갈 상황이 다가오고 있지 않나, 1인당 소득이야 모르겠지만, 인구가 감소하면 -성장은 불가피하거나 적어도 -성장과의 사투가 예상되는 상황이건만, 지금도 기득권을 버릴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보니,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해선 없어서는 안될 자산은 앞선 세대가 모두 차지하고 있었고, 우리는 11호차와 맨몸뚱아리가 전부였다. 물론 부모를 잘만난 동년배들도 있지만, 그들도 같이 잃어버린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국민연금도 기득권의 수익이라는 것을 누가 생각할까? 국민연금이 진짜 잘 기획된 제도라면, 자산가와 고소득자는 연금제도로 손실을 봐야한다. 저소득자도 고소득자도 실질 연금수입이 증가된다면, 그러한 수입은 어디에서 발생되었다고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라.실물생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가져간 것 이상 아닌가, 묻는 것이다. 이자 수입이건, 자산가격 상승이건, 그만큼의 소득이 이전되고, 누군가는 그만큼의 소득 감해진 것이라고 해야 한다.
부동산 수익은 또 어떤가? 한정된 부동산을 앞다퉈 구입하고, 그로부터 지대를 추구한 사람들, 노후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란 말 하지말자. 노후생활은 결국에는 후세대가 부양하는 것. 그것을 임대수입으로 보장받으려하지 않고, 정당하게 노후생활비로 세금이나 연금에서 보장받으려한다면, 일부 몰지작한 투기꾼들의 부당한 수익도 저지할 수 있었건만, 기득권이 자제하자란 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재 일하는 근로자의 봉급보다도 일부 연금 수혜자, 다른 민영 연금까지 포함(부동산 수입도 마찬가지) 연금수입이 더 크다는 이야기를 들을땐, 이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가 없다.
이자에 대한 시각도 이런 상황을 부채질한다. 담보대출에 대한 너무나 관대하고, 안정적인 소득(신용)대출에 대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금융정책의 고질병은 이또한 기득권을 부추긴다. 자산가격이 저성장, 위축시대에 들어서면, 더욱더 불안정할 것을 판단해서, 금리가 높고 대출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이상일까?
전세금에 대한 대출보다도 부동산 담보대출은 더욱 까다로워져야 한다. 정규직 소득에 대한 대출보다도 집담보 대출은 더욱 까다로워져야 한다. 특히 이자는 저축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지금은 저축보다도 소비에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소득주도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있고, 저건 맛이 없는 포도겠지, 하고 포기하고 또 잃어가고 저것도 맛이 없는 포도겠지, 끝내 모든 것을 잃어야 포도는 시다고 하진 않을지, 아 그것이 세상이구나 깊어가는 가을 밤에 되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