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피보험자 관리도 못하면서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공단은
보험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지난 6월 3일 건강보험 부정수급 방지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요양기관의 수진자 보험자격 확인 의무화 제도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건강보험 무자격자(건강보험 자격상실자 및 급여정지자)는 보험이 아닌 일반으로 진료해야 하며, 체납 후 급여제한자(6회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여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된 자 중 고액체납자 등 1,800명 이내)는 요양급여비 전액을 본인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요양기관이 진료 전에 환자들의 보험자격을 확인하지 않고 이들을 보험청구할 시에는 공단이 진료비를 미지급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이에 본 회는 지난 6월 10일 "공단은 건강보험 무자격자 자격관리를 요양기관에 떠넘기려는 작태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이 제도에 대한 반대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했으나, 공단은 전 요양기관에 이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배포하는 등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본 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재차 밝히는 바이다.
1. 공단의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되지 않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외국과는 달리, 가입자의 건강보험 당연가입제와 공급자인 요양기관의 당연지정제를 강제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은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되어야 하며(제5조), 요양기관은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고(제42조) 못박고 있다.
그 대신에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시에는 "심사청구를 받은 심사평가원은 이를 심사한 후 지체 없이 그 내용을 공단과 요양기관에 알려야 하고, 심사내용을 통보 받은 공단은 지체 없이 그 내용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제47조). 즉, 법률에 따라 공단은 지급의 의무가 있을 뿐,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의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을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가입자의 당연가입제를 전제로 하고 있고, 요양기관 역시 당연지정제에 의해 보험가입자의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요양기관의 요양급여비용 청구에 대하여 공단은 지체 없이 지급할 의무만 있는 것이다. 만약 심평원의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법 제87조에 의거, 공단이 심평원에 이의신청을 하면 되는 것이지 공단 자의로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을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법을 완전히 무시한 불법적인 행위로, 힘없는 요양기관에 대해 "슈퍼갑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공단이 마치 지금이 유신시대인 냥 초법적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단은 정부, 의약계 단체대표, 공단과의 협의를 거쳤다는 이유로 이를 강행하려 하나, 의협은 공식적으로 협의를 한 바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공단의 거짓말이 들통났다. 설령 협의해주었다 해도 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행위는 분명히 불법이다.
2.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의 관리책임은 오롯이 공단에 있다.
공단이 2012년 9월 이학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4,883명의 외국인, 재외국민의 자격상실 처리를 제 때 하지 않아 6억3천만원 가량의 재정이 누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공단의 늑장대응에 의한 건강보험재정 손실의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기겠다는 것이 바로 공단의 "부정수급 방지대책"의 본질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급여의 제한)는 "공단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체납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를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동 조항 제6항은 "급여제한기간"에 받은 보험급여는 공단이 진료사실통지서를 가입자에게 통지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하거나 분할납부 승인을 받은 체납보험료를 1회 이상 낸 경우에만 보험급여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만약 급여제한자가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공단은 부당이득금의 징수에 나서야 한다. 이는 곧 급여제한자를 관리할 책임이 요양기관이 아닌 공단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공단은 급여제한기간에 받은 2조1131억원의 보험급여(공단부담금)에 대하여 공단은 2011년 7월에 단 1회만 진료사실통지서를 가입자에게 통지하여 급여제한자의 관리에 완전 손을 놓고 있었다. 당시 감사원은 "공단이 보험급여제한과 진료사실통지를 비정기적 또는 행정편의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건보료 수입감소로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단의 업무태만으로 인한 건보재정의 손실은 오롯이 공단의 책임이다.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이러한 공단의 책임을 요양기관에 떠넘기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임을 공단은 인정해야 한다. 공단의 고유업무를 공급자에 떠넘기고 나면, 1만2천 여명에 달하는 공단 직원들을 대폭 구조조정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3.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공단은 보험자로서의 자격이 없다.
2013년 말 기준 6회 이상 보험료 체납으로 인한 급여제한자는 163만5천명이나 된다. 그런데 금번 공단의 대책에는 "고액체납자 등 1,800명 이내 대상자"로 한정하고 있어, 총 급여제한자의 0.11%에 대해서만 보험진료를 하지 말라고 하였다. 보험료를 고액 체납했던 저액 체납했던 체납자인 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보험자라는 공단이 "고액을 체납하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저액을 체납하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전국민 앞에서 자랑스럽게 떠벌린 것이다.
그렇다면 고액체납자 등의 1,800명을 제외한 나머지 163만3200여명의 급여제한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고액 체납만 아니라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보험진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것 아닌가. 공단의 이런 잘못된 정책이 사회보험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것이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는 주범인 것이다. 보험자가 이러한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단 스스로 보험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다.
4. 공단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철폐에 앞장서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5항은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하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보험자라고 자처하는 공단이 이번 정책을 통해 요양급여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에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를 포함시킨 것이다.
공단은 무자격자인 경우 진료일자를 포함하여 자격 소급취득 시, 진료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건강보험증 등을 요양기관에 제출하여 자격을 확인하면 진료받은 때에 자격을 확인한 것으로 보아 요양기관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수진자에게 진료비 환불 후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급여제한자는 체납보험료를 완납하거나 진료사실통지 전 완납 또는 진료사실 통지 후 2개월 내 완납하면 수진자에게 공단부담금을 환급한다고 하였다.
즉, 진료 당시에는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라 하더라도 나중에 자격을 소급 취득하거나 체납보험료를 납부하면 보험진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 보험 무자격자가 아니란 사실을 공단이 확인해주고 있다. 추후에 해당 가입자의 행동에 따라 요양급여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인데, 그 책임을 가입자나 공단이 아닌 공급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전혀 올바른 방향의 대책이 아니다.
공단이 지금까지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라 할지라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허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진료한 요양기관에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보험자격이 있는 환자라도 요양기관이 보험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결국 모든 요양기관은 보험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원칙을 공단 스스로 깨뜨린 것으로서 이는 환영할 만 하다.
5. 이 대책으로 인한 환자진료에 있어서의 혼란은 오로지 공단 책임이다.
공단의 보험자격조회 전산시스템이 과부하로 인해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였다. 환자 진료 전 환자의 자격을 조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양기관은 불가피하게 그 시간 동안 모든 환자들의 진료를 일반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수진자의 보험자격을 알 수 없어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보험자격 변동이 자격조회 전산시스템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 등이 그 직장을 그만둔 경우이다. 원칙적으로 퇴직 다음 날부터 보험자격은 상실되나, 사용자는 14일 이내에 공단에 신고하면 되므로, 실제 무자격자임에도 전산시스템에는 급여자격자로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요양기관은 전산시스템을 믿고 진료 후 나중에 억울하게 진료비를 환수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산오류가 없는 평소라 하더라도 사진이 부착되지 않은 건강보험증으로는 본인여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분확인을 위해 원칙적으로 모든 환자는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소지해야 한다. 따라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에 대해 비급여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다.
공단이 진정 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방지하고자 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대로 모든 국민들에게 진료를 받을 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하도록 하고, 미지참시 일반으로 진료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보험자의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요양기관에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공단의 한심한 작태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로 인한 모든 혼란과 국민들의 불만은 오로지 소위 보험자라 자랑해대는 공단에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6. 요양기관의 사적재산권 강탈이다.
요양기관은 의료서비스의 공급자로서 환자의 진료에만 매진해도 부족할 때가 많다. 특히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진료비로 인해 수익을 내기는커녕 폐업하지만 않으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고 이에 상응한 진료비를 받는 것인데, 이마저도 보험자격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료비를 미지급한다는 것은 민간의료기관의 사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공단 스스로 보험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 론
본 회는 공단의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국민건강보험범을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명백한 불법이며, 공단 스스로 요양기관에 "수퍼갑"임을 전국민에게 선전포고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제대로 된 부정수급 방지대책은 가입자와 피보험자로 하여금 본인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지참 의무규정을 마련해야 하며, 부정수급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시키는 대국민 홍보작업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단은 법에 규정된 무자격자 및 급여제한자에 대한 행정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부정수급은 근본적으로 환자와 공단의 문제이지 요양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부정수급에 대한 책임을 요양기관에 묻는 것은 보험자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본 회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지속성을 위한다는 책임감으로 결사적으로 막아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이를 강행한다면 본 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1. 공단이 해야 할 일을 요양기관이 하는 만큼, 이에 합당한 수가 책정 및 공단의 잉여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2. 공단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
3. 공단 전산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나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는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 등 환자의 자격을 조회할 수 없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반진료를 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더불어 환자의 불만이 제기되는 경우 공단에 민원을 접수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4. 보험료 징수도 못하고 체납자 관리도 못하는 공단은 더 이상 보험자가 아니다. 징수 및 체납자 관리에 대한 타 기관 이관 등 보험자로서 역할을 못하는 공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및 단일 공보험 해체를 위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2014년 06월 17일
바른 의료 국민과 함께
대 한 의 원 협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