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편을 보면, 같이 바람을 피우는 여인네가 눈에 보인다며, 다퉜다는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는 치매 환자였다. 부족한 기억(근거)을 추측과 상상으로 매우는 것이 치매 등의 정신질환의 증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은 의과학보다 인문사회학에 가까운 글임을 미리 밝힌다.
내 꿈에 들어온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짐작하는 그 사람인지 약간 헷갈릴 때가 많다. 특히 아주 가까운 가족이 아닌 경우는 대개가 아 그 사람이구나 하는 짐작을 바탕으로 그 사람이 내 꿈 안에서 행동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이 정확한 기억을 바탕으로 꿈을 기억하기보다, 짐작이나 추측을 근거로 꿈을 재구성해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꿈은 흑백이란 것은 우리 조상들간에 많이 회자된 사실이다. 사실 아주 어두운 곳에서 색을 상상하면, 그 색상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즉 밤에 꾸는 꿈은 빛이 없어 대개가 흑백의 꿈을 꾸는 것 아닌지 추즉이 든다. 따라서 꿈 해석은 정확한 기억보다, 추측과 짐작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과학이나 언론의 보도에서도 근거가 부족할땐, 추측과 상상이 이를 보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뛰어난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을 천재나 수재라고 하는데, 역으로 추측을 잘하는 이가 천재나 수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정신건강 측면에서 추측이나 지레짐작이 의심을 낫고, 기억이나 근거가 부족할때 이를 매우는 역할을 하다보니, 추측이나 지레짐작을 하는 사람은 매우 엉뚱하고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과 정신은 모두 근거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지 않는다. 불가피한 추측이 근거에 비해 너무나 지나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상당수 정신질환은 근거없는 추측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치매 환자 등은 부족한 기억에 추측이 개입해 엉뚱한 이야기나 생각을 할 수 있고, 즉 망상같은 증상은 근거없는 추측과 상상이 비약된 것인것 같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치매 등은 기억력 상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거없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로도 감별기준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상당히 많은 정신질환은 근거없는 상상이 근거를 짓누를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생각이다.
결국 추측과 근거의 균형은 불가피하다. 우리의 기억과 모든 역사, 이야기가 근거 있는 스토리로 전개될 수는 없고, 반드시 추측이 보완될 수 밖에 없다면, 근거와 추측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특히 부정적인 추측과 의심으로 제2차적인 정신적 훼손을 방지하는 방안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의심 자체의 문제에 이어, 의심의 내용으로 자신의 마음이 또다시 상처를 받는 것을 막는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우수한 추측은 천재와 수재 들의 전유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